토목의 위기,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에서 해답 찾다
토목의 위기,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에서 해답 찾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09.2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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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토목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됐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전해 왔다. 현재 건설산업의 침체로 잠시 위축돼 있는 상황이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토목의 미래는 밝다. 아직까지 토목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매우 많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의 융합은 토목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토목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발돋움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김문겸 교수(대한토목학회 전 회장·사진)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려워지고 있는 토목의 현 상황에 대해 듣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 상황에 대한 다양한 극복 방안과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와 국제화시대를 맞이해 토목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이어갔다.

수년 간 건설 산업이 침체기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무엇이라 보는지

작년 하반기 이후 건설투자가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된 원인은 민간부문이 주도하는 주거용·비주거용 건물투자가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토목투자의 감소세가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정부는 사회기반시설 예산을 25% 증액시키는 수정예산 편성을 통해 공공 부문이 경기 침체의 완충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정부 사회기반시설 예산이 14% 급감했고, 2017년 이후 강력한 규제에 의해 주택 경기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건설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활로를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토목공종 수주액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181억달러로 최대로 수주한 이후, 작년 72억달러로 하락하면서, 활로를 개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중동지역으로부터 아시아권 등 새로운 건설시장으로의 다변화,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기술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는 중동 플랜트 시장 진출에서 요구되는 것과 또 다른 성공 요인이 있습니다. 이들 시장은 기획‧제안부터 자금, 설계, 더 나아가 운영까지 생애주기에 걸친 수직계열화의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고, 이런 면에서 운영 부문에서 경험이 축적된 공공기관과의 협력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앞으로 토목산업이 가야할 길은

건설 산업의 혁신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활용 주체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활용하는 현재의 기술과 미래 기술 간에는 격차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미래 기술을 조속히 도입해 향후 지속해서 성장할 건설시장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미래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지능성, 초연결성, 예측 가능성이며, 핵심 기술로는 사물인터넷, 사이버 공간과 현실 공간의 연계 체계,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융합하는 것은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산업과 경제, 고용, 사회, 정부 형태까지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토목산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이용해 다수의 인프라 시설을 치밀하게 엮는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네트워크 형태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항만, 공항 등 터미널과 도시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긴밀성과 지능성을 통한 물류의 최적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재해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보안·보호 네트워크, 환경오염에 대한 통제,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유틸리티 네트워크, 최적화에 따른 스마트 빌딩‧제조 공장 등 공간, 시간, 경제, 자원 등의 측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계의 형태로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네트워크는 스마트한 인류의 삶을 실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여기에서 토목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토목 기술이 접목된 우수한 사례를 손꼽는다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에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증강·가상 현실, 3D 프린팅, 로보틱스, 무인 항공기 등이 있고, 이러한 기술을 건설산업 내에 도입 하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고려할 때 사업 수행 프로세스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플랫폼 기술, 데이터 수집·분석 기술, 적용 기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기술에는 BIM,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해당하며, 데이터 수집 기술에는 드론 등의 무인 항공기가 해당합니다.

또한 데이터 분석 기술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해당되며, 적용 기술에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모듈러, 3D 프린팅, 로보틱스, 지능형 건설장비 기술 등이 해당됩니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융·복합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각 기술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요소 기술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토목 분야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 대안이나 국제화 시대에 발맞춘 대응방안이 있다면

먼저 국제화와 관련해 시장을 해외로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토목이 서비스 산업이라는 기본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구조물의 기능성 또는 경제성을 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적응력과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2018년도 국가별 건설기업 역량 평가에 따르면, 2018년 시공 경쟁력 평가에서 중국이 1위이며, 한국은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설계경쟁력 평가에서는 미국이 1위이고, 한국은 2017년 13위에서 2단계 하락한 15위였습니다. 특히 시공‧설계 경쟁력의 하락은 유가 하락과 중동 발주물량의 감소로 인한 해외 매출액 감소에 따라 전년 대비 성장률이 시공 분야에서 10% 하락, 설계 분야에서 5% 하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건설 인프라 경쟁력은 역량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상황입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설 기술력 확충과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건설 역량에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접목해 경쟁상대로 해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향후 토목의 미래를 전망하신다면

미래의 글로벌 리스크로 자연재해, 이상기후, 생태계 붕괴, 물 부족 등과 같은 환경변화와 재해에 의한 위협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화, 노령화, 도시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이에 따른 갈등이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얽혀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적,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사람과 자연, 자원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기본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이 토목기술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삶의 질과 복지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교통, 수자원 등 사회기반시설의 건설 및 유지보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토목은 우리의 인간다운 삶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다루는 산업이고, 안전한 국토와 우리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질 확보는 기반시설이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낼 수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토목산업이 경제성장의 주 동력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사회를 구성하는데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토목의 의미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며, 현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부, 기업, 학계의 협력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 나간다면 토목은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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