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토목인들 스스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법률 제정과 정책 개발, 교육 사업과 대외 홍보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과거 건설 산업은 국가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급성장해왔다. 과거에는 특별한 연구·개발 보다는 선진기술을 건설에 도입, 적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고, 해외건설에서도 기술력이 필요한 엔지니어링보다는 단순시공 분야에서 우리국민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금의 선진국이 되도록 국가 성장을 이끌어왔던 건설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선진국에 걸 맞는 최고 기술의 개발이 일부 분야에 머무르고 있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부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수십 년간 토목계가 쌓아 올린 위대한 업적을 흔드는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토목학회를 중심으로 토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건설 산업의 부흥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의 개정과 제도의 재정비, 글로벌 인재 양성과 창조적 기술연구, 건설문화 혁신과 불합리한 관행 개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계와 업계를 넘어 오랜 시간 기술발전과 산업의 부흥을 위해 힘써온 대한토목학회가 다시 나서서 환골탈태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한만엽 교수(사진)는 대한토목학회 차기 회장으로서 토목학회의 내적역량을 다지고 외적으로는 국가건설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의 확립과 더불어 이미지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한만엽 차기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건설산업 개척을 위한 학회의 역할, 향후 토목 산업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시점에서 대한토목학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국가기반시설 건설 시에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세밀한 검토를 거쳐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건설이 진행돼야 하며, 그 밑바탕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공학적인 지식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기반시설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나 학술적인 조사와 계획, 설계, 건설의 실질적인 장단점을 고려한 건설방향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집단의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현재의 건설기술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시설물들은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수준과는 그 규모와 성능이 차원이 다릅니다. 국가건설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때, 다양한 전문기술자들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그러한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건설산업이 항상 적정한 규모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장기적인 국가정책 제시와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건설산업은 적정규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기술적 경험이 축적된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에 산업의 기본 요소가 망가져버립니다. 이런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면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해외건설시장이 활성화되는 기회가 와도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건설 산업이 지속되려면 국내 건설산업이 기반 돼야 합니다. 앞으로 언젠가 최고의 건설기술을 적용하여 해외시장에서 다시 강자로 올라 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국내 건설정책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계획적으로 시장이 확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 토목 시장의 최대 이슈를 꼽는다면
대한토목학회로서는 건설 엔지니어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처우개선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건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건설 사업자나 노동자와 달리 건설엔지니어는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그래서 세계 최대, 최고의 고난도 건설구조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다른 분야 전문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업계‧학계는 이를 개선해나가려는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선진국이 된 지금, 앞으로는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고난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변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학회는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갖춰진다면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는 저절로 달라질 것입니다. 이는 엔지니어 스스로, 자신의 역할 그리고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미래의 엔지니어에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실용화를 통해 획기적인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선진국이 된 지금에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가 되었습니다.
토목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지
향후 정보통신 기술과 건설 기술이 융합해 구조물들이 건설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변화에 대비한 구체적인 제도나 법령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4차 산업에 의한 사회기반시설물들의 신설에 대비하는 법적 제도적 개정, 신공법의 개발 및 보급 방안 등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융복합 구조물들이 대폭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는 지하철역사, 지하상가, 도로 위 건물과 같이 토목과 건축의 경계가 모호한 구조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물과 기타구조물이라는 개념으로 건설구조물을 토목과 건축을 구분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건축분야를 공학과 디자인으로 분리되는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궁극적으로는 건물이나 국가기반시설의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공학분야와 편리성을 설계하는 건축디자인분야로 재편돼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국제기준에도 맞고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효율적인 건설 체계가 갖추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0년도 토목학회장으로서 학회를 위해 어떠한 일들을 진행 할 계획인지
대한토목학회는 ‘학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박사,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이 주 멤버로 구성 돼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영문 명칭을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모두 ‘협회(Society)’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토목학회는 향후 산업계(설계기술자, 건설기술자, 건설공무원, 건설관련 정치인 등)가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급변하는 요즘의 전자, 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발전에 맞추어 건설 분야 교과 과정을 개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과거에는 역학이나 수리학 등을 계산하는 법을 배워야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계산을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전문 프로그램들이 잘 개발 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학문들의 이론적 이해보다는, 개발된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와 구성,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에 맞는 교육으로 변화를 추진 할 것입니다.
또한, 건설기술자들이 건설관련 법과 설계기준, 그리고 해외 설계기준도 최소한의 상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국내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건설관련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해외 건설시장에 필수인 건설계약법의 기본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법적 분쟁을 줄이려면 국내법을 알아야 하고, 해외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국제법과 계약법, 국제설계기준, 국제시공규정 등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학회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강화하며 전문분과위원회들끼리 연합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