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현재 국내 양수발전 산업은 글로벌 수요 증가로 큰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핵심기술 부재로 위기 또한 상존하고 있다. 핵심기술 또한 유럽과 일본의 선진 제작사들이 보유하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기업의 경우 제작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나 핵심인 설계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과거 국내 양수발전 시장이 작았던 탓에 해외 선진사의 기술제휴로 제작에만 집중했고, 간헐적인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요소의 부족으로 기술 내재화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기업들의 국산화 의지는 확고해졌으며, 국내 산업은 후발주자로서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이 핵심기술 확보에 성공해 경쟁력을 갖출 경우,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에 따라 급속히 커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양수발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산업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데, 실제로 올해만 내륙에서 31회, 제주에서 83회의 출력제한이 시행되는 등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양수발전소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 부족으로 재생에너지의 초과전력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초과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함으로써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차,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총 5.7GW의 신규 양수발전 건설계획을 반영했으며, 이는 현재 양수설비용량 4.7GW의 120%에 해당한다.
반면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는 4시간 이하의 단주기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지만, 6시간 이상의 장주기 저장장치로서는 비용과 경제성 측면에서 양수를 대체할 수 없다. 양수발전의 LCOS(균등화 저장 비용)는 BESS 대비 약 1/5 수준이며, 물리적 수명도 양수가 100년, 배터리는 20년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저장장치의 85% 이상이 양수발전이며, 약 40여 개 국가에서 총 220GW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는 수력·양수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한 고품질 전력 생산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2,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안정적인 용수공급, 수해방지를 위한 수계운영과 더불어 국내 산·학·연과의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수력산업의 생태계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추진 중에 있다.
올해 주요 추진 사안으로는 △수력·양수 설비 국산화를 위한 R&D 및 수력산업계 활성화 △발전용 댐의 다목적활용 능력 제고 및 재해 예방을 위한 수계운영 기술고도화 △양수발전소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전력요금 정산제도 개선 △노후발전소 현대화 및 선제적 취약설비 보강 △AI·4차 산업기술을 접목한 안전 및 예측진단 기술개발 △신사업 비즈니스 모델 개발(조력, 기존 수력발전소 양수전환, 양수-신재생 하이브리드 등) △종사자 인적역량 강화 및 민간정비사 경쟁력 육성 등이 있다.
수력처는 국내 최초로 15MW급 프란시스 수차발전기의 국산화에 성공해 칠보수력에 적용했으며,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계통의 운영패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30MW급 유연화 운전 대응 고효율 수차발전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2026년 2월까지 화천수력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1~3MW급 마이크로 WESS(Water ESS) 기술은, 향후 국내 저수지 및 소형댐을 활용한 지역 단위의 Micro Grid 구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력처는 수력양수발전과 관련해 수력 효율 성능시험 기술, 펌프수차 모델시험 기술을 개발했으며, 국내 유일의 국제규격 수준의 펌프수차 모델성능시험센터를 건립했다. 이 외에 발전기와 케이블 절연진단 기술고도화, AI 기반 강우예측 및 수력 댐관리 기술 등 수력의 원천기술 확보와 안정적 설비운영을 위한 기술에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수력처 권창섭 처장(사진)은 “우리나라는 양수발전 기술개발의 후발주자로, 국가와 공기업의 지원을 통한 원천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육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양수발전 국산화를 국가 기술개발 계획에 반영하고, 중·대형 및 가변속 양수발전까지 연속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양수발전소의 전력계통 기여에 맞는 요금 정산 제도개선과 국내 신규 양수발전소 잠재량 지도 개발, 인허가 제도 완화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과도한 친환경론은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양수발전 산업과 기술은 유연성이 높은 양수 시스템과 분산형 중소형 양수발전의 개발과 건설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 유연성 양수시스템인 가변속 양수발전기는 펌핑 중 부하조절이 가능하며 전력계통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고, Ternary 방식 양수발전기는 발전과 양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운전범위가 넓다. 그리고 분산형 양수 시스템은 기존 농업용 저수지 및 소형댐을 활용한 중소형 양수발전소 건설로 송전망 건설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밀집지역의 전력 저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처장은 “최근 환경 영향 최소화와 건설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듈형 저수탱크를 활용한 건설 기간 단축 방식이 대표적이며, 폐광을 하부저수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지형을 활용한 신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암반층에 물을 압축해 저장하고, 압축된 물이 터빈을 회전시키는 Geomechanical 양수발전이 연구되고 있으며, 바다를 하부저수지로 활용해 다양한 지형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해수 양수발전은 일본에서 실증 성공 후 국내외에서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라며 “해외에서는 기존 수력발전소를 양수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양수 기능을 추가하는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 떠오른 Hybrid 양수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을 양수발전 인근에 배치해 효율을 높이거나, 배터리와 연계해 양수발전기의 부하 변화를 줄여 기기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수력처는 지속적인 산학연 협력을 통해 다양한 양수기술을 개발해 국가 전력계통 안정적 운영에 이바지하고, 수력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권 처장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추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미국, 호주, 중국 등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은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적극적인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R&D 지원확대, 제도개선(요금제도 개편, 인허가 절차 단축), 인식 개선(국민의 양수발전 수용성 증대, 공익홍보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저는 우리나라의 모든 양수발전소 운영을 맡고 있는 수력처장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수립한 계획들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한수원은 국내 수력산업의 책임감 있는 리더 기업으로서 산·학·연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국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목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기업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