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전기화 기술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과 전력계통의 불안정, 복잡성 증대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생산된 전력을 수요지로 전달하기 위한 송전망 건설 지연 문제 역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 세계는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지원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스토리지 발전전략(2023)’을 바탕으로 2036년까지 26.3GW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양수발전은 1.7GW를 제외하고 나머지 24GW에 달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내에는 7개의 양수발전소(총 4.7GW)가 운영 중이다. 1980년에 건설된 청평양수발전소를 시작으로 삼랑진, 무주, 산청, 양양, 청송, 그리고 2011년에 완공된 예천양수발전소까지 순차적으로 건설됐다.
최근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영동, 홍천, 포천에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계획이 확정됐으며(1.8GW),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합천, 구례 지역에 1.75GW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이 반영됐다. 또한,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영양, 금산, 봉화, 곡성 지역에 추가적인 양수발전소 건설이 계획돼 있어 오는 2035년까지 국내 양수발전 용량은 현재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저장 목표 달성을 위해 양수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정부가 목표로 하는 26.3GW의 에너지 저장장치 달성을 위해서는 기술적, 기능적, 경제적으로 검증된 양수발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전기학회 전력기술부문회 차준민 회장(사진)은 “양수발전은 전력계통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며 “전 세계 산업에 던져진 명제인 탄소 중립 달성과 우리나라의 전력안보를 위해 양수발전의 신규 건설이 확대돼야 한다. 새로운 저장장치를 찾기 위한 노력보다 건설 가능한 양수발전소 입지를 찾아 용량별로 많이 건설하는 것이 현실적인 에너지 저장장치 계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발전은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현재는 전력계통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주로 고정속 양수발전소(200~300MW급)가 운영 중이지만, 신규 발전소에는 가변속 양수설비가 적용돼 전력계통의 변동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수발전을 활용한 새로운 융복합 시스템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수 양수발전, 배터리 결합 시스템, 양수-태양광/풍력 연계 소규모 그리드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발전 방식이 개발 중이다.
특히, 해수를 활용한 양수발전은 우리나라 서남부 지역의 송전 제약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수발전의 특징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양수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수력발전을 양수로 개조하는 사례, 해수 양수, 양수-배터리 결합 발전소, 양수-풍력·태양광 연계 소규모 그리드 시스템, 열에너지 저장 양수발전 시스템, 해수양수-담수화 결합 시스템, 저수지가 필요 없는 모듈식 저장조 양수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차 회장은 “해수를 활용한 양수발전은 우리나라 서남부권의 송전 제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양수-배터리 결합 시스템은 양수발전의 장주기 저장특성과 배터리의 빠른 응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며 “열에너지 저장 양수발전은 역시 전력생산과 더불어 지하의 열에너지를 도시에 공급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물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미래 양수발전소의 가치와 활용도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며, 현재 저평가된 양수발전소의 위상 또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수 국산화를 위해 필요한 환경은 단일 기업이 극복할 수 없으며 국내의 산·학·연·관이 합심해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양수 건설이 확대되는 현재의 시기를 놓친다면 우리나라는 국산화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며 관련 산업 또한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양수발전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을 포함한 정책적인 정부의 지원 하에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전기학회는 올해로 창립 77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전기공학계를 대표하는 학회다. 대학, 산업체, 연구소, 공공기관 등에 재직하는 16,000명 이상의 개인 회원과 150여 개 기관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학술지 발행, 학술대회 개최, 관련 학회·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전기 산업의 발전과 전기공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그중 전력기술부문회는 대한전기학회의 6개 부문회 중 하나로, 전력정책, 전력계통 계획, 전력계통 운영 및 제어, 송배전설비, 전력경제, 분산전력망, 보호·자동화, 수력양수발전, 에너지저장 등 9개 기술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학계, 산업계, 연구계 등 대부분의 전력계통 전문가가 회원으로 소속되어 활발한 학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