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 핵심 소재기술 고도화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나선다
수전해 핵심 소재기술 고도화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나선다
  • 전수진 기자
  • 승인 2024.08.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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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수진 기자] 국내 수소 산업은 비교적 최근 연구개발을 시작해 유럽, 일본, 미국 등 오래전부터 기술 개발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해온 선진 기업들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 아직 낮은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경쟁력 있는 수소생산 및 저장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그린수소 생산 관련 국내 시장이 열릴 경우 해외 선진 기업에 시장을 뺏기고 기술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산학연을 막론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화학연구원 수소에너지연구센터는 2018년부터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소재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널리 상용화된 알칼라인 수전해(ALKWE)부터, 최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양이온교환막 수전해(PEMWE), 그리고 ALKWE와 PEMWE의 장점을 두루 갖추며 차세대 수전해로 주목받고 있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AEMWE)까지 대표적인 저온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ALKWE 분야는 가장 성숙한 수전해 기술로 여겨지지만, 다공성 격막의 큰 저항과 높은 수소 기체 투과도가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국내 연구는 소수의 연구팀에서만 진행돼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센터는 ALKWE용 고선택성 다공성 격막 기술을 개발해 상용막 대비 두께를 줄여 저항을 크게 낮춘 것은 물론 수소 투과도를 상용막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는 성과를 이루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PEMWE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부하변동 대응성과 높은 효율의 장점이 있지만, 현재 사용되는 불소계 전해질막은 환경규제로 인해 사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기체 투과성이 높아 운전범위가 제한되는 단점도 존재했다. 센터는 이를 대체할 차세대 전해질막으로 탄화수소계 전해질막을 연구했고, 최근 수전해 환경에서 이온 전도성을 높이면서 수소 투과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가지형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AEMWE 분야에서는 기존 전해질막이 알칼리 환경에서 안정성이 취약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카바졸계 전해질막을 개발했으며, 이 전해질막은 장시간의 노출에도 우수한 내염기성을 보인 것은 물론 수전해 성능 또한 보고된 전해질막 중 가장 뛰어난 값을 기록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에너지연구센터는 수전해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소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수소에너지연구센터 김태호 센터장(사진)은 “센터가 개발한 PEMWE 및 AEMWE용 전해질막 소재는 우수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23년 국내 대기업에 각각 기술 이전된 바 있으며, 현재는 스케일업 및 고내구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며 “최근 수전해 관련 대형 정부 수탁사업 참여로 다른 출연연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개발 소재 기술의 고도화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현재 과기부 수소중점연구실 사업에 참여 중이다. 작년 말 PEM수전해 중점연구실 참여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올해 AEM 수전해 중점연구실의 참여 기관으로도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중점연구실 사업에서는 실제 기업에서 활용 가능한 전해질막 소재기술 확보를 목표로 막 기초소재뿐만 아니라 복합화 소재 기술, 지지체를 이용한 강화복합막 기술, 대면적화 기술까지 종합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에너지연구센터는 그린수소 생산, 즉 수전해를 위한 핵심 소재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연구팀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학연구원의 설립 취지에 맞춰 단순히 연구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 관점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결과물을 확보하겠다는 다짐이다.

구체적으로, 상용화된 ALKWE나 PEMWE 분야에서 이미 확보된 원천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이 기존 소재를 대체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한, 현재 기술적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는 AEMWE 분야에서는 기술의 우수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2030년 전후로 전망되는 AEMWE 상용화 시점에 개발된 소재가 적용될 수 있도록 투자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을 시작한 해수 직접 수전해 기술을 포함해 2026년 시작되는 기본사업(내부사업)을 통해 양이온교환막과 음이온교환막이 결합된 양극성 수전해, 바이오매스나 암모니아를 이용해 전기화학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그린수소 생산의 전제가 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재생에너지 발전과 수소는 상호 보완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소생산 산업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재생에너지와 수소 모두 아직은 정책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한 단계로 함께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간의 호흡을 가지고 핵심 소재 기술 개발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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