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은 선택 아닌 필수, 新시장 창출 기회로 삼아야…
RE100은 선택 아닌 필수, 新시장 창출 기회로 삼아야…
  • 전수진 기자
  • 승인 2024.05.0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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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수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 규모와 통상규모 면에서 세계 6대 국가에 들었다. 수출 규모는 국내 GDP 대비 무역 비중이 90%가 넘는 수출 중심의 통상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되면서 탄소배출 감축이 무역,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품질과 가격이 수출경쟁력의 주요 요소였다면, 이제는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 이슈가 전 세계의 핵심 트렌드가 되면서 국제 통상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들이닥친 것이다. 품질과 가격에 친환경성이 추가됐고,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됐던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사용해야 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이 통상압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RE100에 대응하지 않을 시 반도체 분야에서 31%,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40%, 자동차 분야에서 15%의 수출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RE100협의체 정택중 의장(사진)은 “이제 RE10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꼭 해야 하는 필수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RE100 관련 산업은 크게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직접 시장’과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이나 기업 간 거래를 지원하는 법률 서비스 등 ‘간접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크게 RPS 시장에서 의무이행 발전사들의 이행 목표인 13.5%로 지난해 13.0%에서 0.5% 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친 반면,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와 ESG 공시에 따른 기업들의 탄소 중립 활동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수요, 여기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에 따른 수요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가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150~160TWh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 의지는 기후 대응을 위한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예전의 재무적 기준 중심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소위 ESG 관점의 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중 환경 분야에 대한 기업활동은 탄소 중립에 맞춰져 있고, 이를 실현하기 쉬운 분야가 바로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 400개 이상이 RE100에 가입한 상황이고, 이 중 많은 기업이 RE100을 달성해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에 RE100 참여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통상의 조건이 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계통에서 수전 받는 전기보다 재생에너지 전기가 더 저렴해 경제적 요인으로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근 전기료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전기료가 비싼 피크 부하 시에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장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태양광 기업들은 구조조정 및 중국산 저가 제품 등의 영향으로 생태계 붕괴 직전에 놓여 있으며 풍력 시장 또한 기대만큼 진행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는 기후 위기라는 명분 아래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그린 산업에 엄청난 지원을 쏟아부으며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부족분이 60TWh, 태양광 용량으로 환산하면 약 40GW의 태양광 설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RE100 컨퍼런스
국내 최대 RE100 컨퍼런스

국내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한국RE100협의체가 구성돼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업계와 연구소 등과 함께 RE100포럼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초기 포럼 결성 이후 현재 1150여 명의 에너지·제조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매년 한국 RE100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참여 규모가 200명을 넘었고, 최근에 개최된 RE100 기술전략 컨퍼런스에는 300명에 가까운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해 국내 최대 규모의 대표 컨퍼런스로 자리를 잡았다.

협의체는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도울 수 있는 정책·제도의 개선, 시장 동향·정보교류를 위한 산업 동향 정보 제공, 탄소 중립·RE100 관련 교육, RE100 이행 지원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 등의 활동을 수행 중이다.

정 의장은 “협의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시장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산업발전에 대한 기여와 수출기업들의 탄소 중립·통상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자 하며, 더불어 국내 전력 신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국내 산업 육성을 목표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한국RE100협의체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에 이바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RE100과 관련한 해외와 우리나라의 인식 차이는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책임감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대만,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지원 중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나서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정부에 건의해 보급 목표를 상향시키고 있다.

정 의장은 “아직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나 RE100은 기업들의 통상을 넘어 일자리 이슈이기도 하다. RE100에 가입한 기업 중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가동하거나, 사무실을 운영하는 기업 수는 2022년 기준 164개나 된다. 우리나라 기업 30개 정도를 빼더라도 130여 개 기업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지 못해 우리보다 조건이 좋은 다른 나라로 옮겨간다면 이는 고스란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대기업들의 해외 이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석연료의 혜택을 받으면서 성장한 한국 경제가 이제는 인류 앞에 탄소 중립의 실천을 보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이슈가 정치적 갈등 가운데 있어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기후 문제와 통상문제가 결합 돼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기후 위기에 따른 통상 압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재생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향후 한국RE100협의체는 기업들의 RE100 이행 지원을 위한 산업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재 에너지기업 및 RE100 수요기업에 제공되고 있는 ‘RE100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하고 교육과 포럼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RE100으로 인해 출현하고 있는 새로운 전력 신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기업들과 적극적인 정책 건의 활동도 강화할 방침으로 직접 PPA 활성화를 위한 PPA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정 의장은 “전력시장은 해외에서 수입해 올 수도,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할 수도 없는 온전한 내수 시장이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부족한 이때 전력 산업은 ICT 산업 등 여러 산업과 융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분야”라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출기업 확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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