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온난화로 인한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지구의 다양한 지리적, 기후학적 특성과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물 관련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이에 최근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한 기술적 해결방안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 활동과 자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구의 자연과 생태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강우도 크게 달라져 극한 강우 현상이 점차 증대되고 있고, 가뭄에 대한 심각성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지역적 편차가 크게 증대되면서 동일한 수계에서도 공간적인 변화가 매우 크다. 이른바 게릴라성 폭우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 들어 더욱 시, 공간적 변화가 심해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물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몬순기후지역의 물 관리 문제는 더욱 더 쉽지 않다. 지역적 특성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인구 증가, 경제 발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물 관리는 하천이나 댐 등의 물 공급원, 물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수도, 사용된 물을 배제하는 하수도로 나눠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상수도 운영체계는 주로 개별 정수정에 중점을 두고, 하수도 운영체계는 개별 하수처리장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어 수요자를 고려한 안정적인 물 공급과 물 배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반적인 물 관리체계 유기적 연계는 전통적인 물 관리체계에서는 매우 어렵다.
이에 대응해 효율적 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워터그리드(Smart Water Grid)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기술은 수자원 간의 통합, 최적의 수처리의 연계를 통해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물 부족 지역에서도 한정된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지하수, 우수, 해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조합해 수질을 개선하고 경제적인 수처리를 실현함으로써 활용 목적에 맞는 수자원을 제때 확보 할 수 있고,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시간으로 물 수요를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효율적인 물 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 개념의 등장은 과거부터 최근가지 물 공급을 위한 기술적 발전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당위성이 쉽게 파악 될 수 있다. 인류의 발전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러한 과정을 잘 설명하기 위해 상수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상수도 공급 초기에는 충분한 물 공급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때를 1세대 상수도라 할 수 있다. 점차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각종 오염물질 배출 문제 해결의 노력과 함께 깨끗한 물 공급이 주안점이던 시기가 2세대 상수도이며, 이어 물 수요 급증에 대비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운용과 시설 운영의 최적화를 특징으로 하는 3세대 상수도로 바뀌었다.
최근 들어서 건강한 삶과 복지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넘어 건강한 물 공급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몸 건강에 필수적인 미네랄이 포함된 상수도 공급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건강한 물 공급을 위해서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물 공급 패러다임이 수요자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상수도 공급 4세대로 진입했고, 이와 함께 스마트워터그리드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워터그리드는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수요자 중심의 공급이 가능하게 하는 첨단 수자원 관리 시스템으로, 기존의 물 관리 기술과 고급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혁신적인 물 관리가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여러 첨단 기술적 요소가 통합돼 활용된다.
먼저, 지능형 수원 관리 기술은 센서와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자원의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공급에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스마트 물공급망 계획과 제어 기술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 물공급망을 운영해 효율적인 수급 계획과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스마트미터 센서와 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양방향 정보통신이 가능하게 하고, 실시간 데이터 수집하며 초음파 스마트 워터미터와 센서를 활용해 정확하고 효과적인 물 사용량을 측정하게 된다. 양방향 스마트 물 정보 통합 운영 기술은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통합 운영프로그램을 통해 효율적인 물 관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 수요자 서비스 기술은 스마트 미터링을 통해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수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감시하여 수요자 중심의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나 파악하고 각종 필요한 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은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혁신적인 개념으로, 여러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을 활용해 물 관리의 효율화와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은 하천 등의 수자원 관리나 상수도 물 공급에 많이 활용돼 왔고, 하수도분야에서의 활용은 적었지만, 최근 들어 하수도분야에서도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하수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인천환경공단에서는 환경부와 협력해 내년부터 약 2년 6개월간 5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 하수도 관리체계 구축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환경공단 최계운 이사장(사진)은 “하수도 관리의 스마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인천환경공단은 하수의 발생부터 이송, 처리, 재활용등 전 과정에 대한 통합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하수처리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등 재난 재해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미 구축 중에 있는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계해 하수 처리의 모든 과정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요자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환경 공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워터그리드 분야의 학술연구를 촉진시키고, 연구자 상호 간의 교류와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스마트워터그리드 분야의 학문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4년 11월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가 설립된 바 있다. 현재 학회에는 물과 정보통신(ICT)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산학연 관련 기술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스마트워터그리드 관련 연구, 국내외 교육·지도뿐만 아니라 HIC, IAHR, HydroAsia 등 국제 학술 교류, 국내·국제 학술대회 개최, 각종 세미나·심포지엄 개최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계운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스마트워터그리드연구단장과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고문으로서 스마트워터그리드 표준화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의 적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 인식을 높이고,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스마트워터그리드의 이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요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수요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 수준에서의 물 사용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스마트워터그리드의 도입과 운영을 지원하는 법적, 정책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 기술 표준화를 위한 규정, 데이터 보호와 개인정보 보안을 고려한 법적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스마트워터그리드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8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파트너십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표준화, 벤치마킹을 통해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과 운영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고, 다양한 기관 간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면 성공적인 스마트워터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