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청정수소생산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생산 기술로 평가받는 수전해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정수소의 높은 생산단가가 문제로 지적되며, 수소생산 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검토되고 있는 여러 수소생산 방식 가운데 암모니아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 ㈜원익머트리얼즈는 암모니아 분해 촉매, 고순도 수소생산, 암모니아 분해 시스템 등 전 공정을 내재화하며 수요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다.
원익머트리얼즈가 개발한 수소생산 방식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촉매 열분해 반응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이를 바탕으로 고순도 수소생산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기술은 암모니아 원료를 촉매층이 충진된 반응기에 주입하고, 약 500℃ 이상의 온도에서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후 압력 순환식 흡착(PSA) 공정을 통해 미반응 암모니아와 질소를 흡착하고 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액상 암모니아를 펌프를 통해 기화기로 이송하고, 공정 폐열(연소 가스)을 활용해 암모니아를 기상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시작한다. 기화된 암모니아는 압력과 온도, 유량 조절 과정을 거쳐 반응기로 공급되며, 반응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예열기를 통해 약 400℃ 이상 온도를 끌어올린다.
반응기의 핵심은 내부에 설치된 reaction tube와 촉매층이라고 할 수 있다. 암모니아가 촉매층을 통과하면서 수소와 질소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가스는 미반응 암모니아, 수소, 질소 등으로 구성돼 합성가스라고 불린다. 이후 PSA(Pressure Swing Adsorption) 공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함으로써 99.99% 순도의 수소를 얻게 되는 방식이다. 특히 PSA 공정 중 발생하는 Tail gas는 암모니아 분해 과정에 필요한 열원으로 재활용 돼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을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모빌리티 연료전지나 분산 발전, 가스 터빈을 통한 전력 및 열 생산 등에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순도를 더욱 높일 경우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로도 사용할 수 있어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에 기여할 전망이다.
원익머트리얼즈 수소공정그룹 박재혁 그룹장(사진)은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전지 피독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천연가스를 이용한 기존 수소생산 방식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암모니아 생산과정에서 일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를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한다면 더욱 지속 가능한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도 그린 암모니아 도입이 예정돼 있어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의 가능성이 한층 더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인 원익머트리얼즈는 고순도 특수가스와 프리커서를 다루며, 전 세계 주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 중이다. 생산하는 고순도 특수가스는 반도체 메모리(DRAM, NAND)와 비메모리, 디스플레이(OLED, LCD) 제조공정에 필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양청사업장을 본사로 두고 오창, 판교, 전의 사업장을 운영하며, 충주사업장은 최근 준공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수소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법인은 중국과 미국에 마련됐으며, 중국에서는 위남과 신원익 두 개 법인을, 미국에서는 WMNA(Wonik Materials North America)를 통해 위스콘신, 텍사스, 델라웨어 등 주요 거점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원익머트리얼즈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신규 에칭 가스로 주목받는 황화카보닐(COS: Carbonyl sulfide)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수입 대체 및 공급망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COS는 유기계 반사 방지막 공정의 플라즈마에서 고이방성·고선택성 에칭용으로 쓰이는 에칭 가스다. 반도체 미세화와 단수 증가로 에칭 공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에칭 가스와 함께 사용할 경우 에칭의 특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핵심 에칭 가스로 주목받고 있다.
박 그룹장은 “COS 에칭 가스 제조기술 특허를 2009년 출원하고 2010년에 등록을 마쳤으며, 본사 양청사업장 내 R&D 파일럿플랜트에서 생산과 품질검증을 완료해 합성 및 정제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연산 200t 규모의 생산 캐파를 확보해 공장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익머트리얼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규제자유특구사업을 통해 수소 사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증 연구도 추진 중이다. 특히 실증 1과 2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실증 1에서 제조된 도시가스를 수소 제조사업자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품질검사 기준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도시가스에 함유된 부취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 목표다.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실증 2에서는 기존 수소 추출설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기준안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등기술연구원, 중기부, 충북도, 충주시가 협업해 인허가 절차와 안전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그린 수소생산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향후 원익머트리얼즈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 실증을 2025년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 성능평가와 안전성 검증을 마친 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암모니아 기반 수소 추출기의 안전기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모듈형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 실증 과제를 통해 암모니아 수소생산 사업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실증 이후 시스템 효율을 최적화해 하루 2,000㎏급 암모니아 개질 수소생산시스템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박 그룹장은 “그간 원익머트리얼즈는 특수가스 제조 사업을 주로 영위해왔다면, 이제는 저탄소 정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수소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친환경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 연구를 이어 왔고, 양산화 기술로 검증 단계에 있다. 규제자유특구사업을 통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 상용 시스템 실증을 완료해 상용화를 검증하게 되면 정부와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