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존의 물류·유통 산업 또한 스마트 물류·유통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AI, 로봇, AR, VR, 빅데이터, IoT 기술까지 활용은 매우 다양하다. 과거 노동 집약적인 인프라 중심의 물류에서 첨단 IT기반의 시스템으로 지능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물류·유통 산업은 단순히 물품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IT서비스 산업과 한 자리에서 공생관계를 논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성이 주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면서 관련 기술과 표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며 물류·유통 분야는 성장을 모색 중이다.
이에 <공학저널>은 이번 호에서 국토교통부 주관 ‘고부가가치 융복합 물류 배송·인프라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온도민감성 화물의 안전과 생활폐기물 감축을 위한 신선물류 포장기술 및 시스템 개발’ 과제와 ‘콜드체인 상태정보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기술 개발’ 과제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제품의 온도 유지가 필수인 신선물류(콜드체인 또는 정온물류)는 최근 급성장·발전 중인 물류·유통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온도유지를 위한 기술과 배송안정성, 냉매와 포장재를 포함해 1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대량 포장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에 신선식품·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온도민감성 화물의 유통 과정의 신뢰성 높은 온도관리와 안정된 물류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가 국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시험·인증기관으로 손꼽히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지난 2014년부터 콜드체인(정온물류) 기술개발·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관이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ISO의 TC122(포장, Packaging) 기술위원회에 정온물류포장 작업반을 개설해 3건의 국제표준을 개발했으며, ISO TC315(정온물류, Cold Chain Logistics)에서도 검증(validation)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KCL은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 ‘고부가가치 융복합 물류 배송·인프라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온도민감성 화물의 안전과 생활폐기물 감축을 위한 신선물류 포장기술 및 시스템 개발’ 과제의 주관을 맡아 관련 기술과 표준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과제를 주관하고 있는 KCL과 함께 △연세대학교 △로지스올 △써모랩코리아 등이 참여해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KCL 유통물류기술센터 김종경 수석(사진)은 “콜드체인 포장, 즉 신선물류 포장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부하도 높은 기술”이라며 “이 포장을 반복사용이 가능한 재사용 포장용기로 개발하되 국내 유통물류환경에 적합한 소재와 구조로 개발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콜드체인 유통물류환경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관련 포장비용의 20%, CO2 배출량의 15% 이상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번 과제에서는 △콜드체인 유통환경 시뮬레이션 및 신선물류용기 성능 사전검증(pre-validation) 기술개발 △경제성, 환경성분석을 통한 적정 순환물류포장 개발 △반복사용이 가능한 신선물류용기 성능시험 평가 기준 및 표준화 △효율적 운영을 위한 순환물류 운영시스템 및 회수함 개발 △개발제품 및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베드 구축 및 연계 실증 △개발 기술 및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 제도 개선방안 도출 등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과제는 현재 2차 년도까지 개발이 완료됐으며, 국내 콜드체인 유통물류환경을 조사·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제품의 온도 특성(저온·초저온·상온 등)에 따른 재질·구조를 개발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KCL 김종경 수석은 정밀한 온도 트레킹과 반복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비대면 유통물류서비스, 디지털리테일, 스마트패키징 등 주요 기술·서비스에 대한 국제·국가 표준화를 진행 중이며, 개발된 표준은 국토부, 산업부 등과의 연구과제에 활용하고 있다.
김 수석은 “ISO TC122에서 포장규격 및 평가방법에 대한 표준을 진행했고, TC315에서는 각국과 협업을 통해 주로 콜드체인 서비스 모델·벨리데이션 표준을 진행하고 있다”며 “표준 아이템을 선점하고 개발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수 기술과 서비스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준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실질적인 산업기술·서비스와 연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서울콜드체인포럼을 기획해 산업계 홍보와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KCL은 콜드체인 분야 연구 과제로 국토부, 산업부 등의 R&D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표준화와 관련해서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비대면 유통물류서비스 구현을 위한 표준기반 조성’ 및 ‘디지털리테일 표준기반 조성’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두 사업에서 물류센터, 신선물류, 무인배송 및 스마트보관함 등 핵심기술·서비스에 대한 국가·국제표준을 발굴하고 날로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물류(Urban logistics)에 대한 국제표준협력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도시물류는 올해 ISO에 설립될 것으로 전망되는 물류표준위원회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중국, 미국, 유럽 각국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수석은 “유통물류·포장산업은 전통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비중이 큰 기간산업이므로, 콜드체인과 같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여 산업의 성장 동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연구 분야와 표준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