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100% 예방보다, 피해저감으로”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100% 예방보다, 피해저감으로”
  • 김하늬 기자
  • 승인 2019.12.18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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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몇 해 전부터 대형복합재난이 주요 방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재난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추가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 주민들의 불편함 등 2차적 피해를 포함한다.

대형복합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예방이다. 이러한 재해‧재난으로부터 예방‧대응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지난 2000년 창립, 올해 20주년을 맞은 한국방재학회는 재난관리와 방재 분야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학회다.

산‧학‧연‧관 방재분야 전문가 5천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반시설물, 기상, 기후변화, 교통, 도시, 보건복지, 소방, 화재, 산불, 지진, 풍수해, 해안 등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방재학회 박무종 회장(사진)은 “예측할 수 없는 대형복합재난은 향후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통합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난·인적재난의 위험요소를 모두 도출,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수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방재학회는 앞으로도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학회 창립 취지에 맞게 학회의 선진화와 질적 성장을 추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산업으로 인해 야기되는 재난방지 기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재난에 주목하고 있는 재난방지 기술이 있다면

최근 대형복합재난이 주요 방재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건 혹은 재난을 유발하는 사소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해 일련의 상호작용에 의해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복합재난이라고 합니다. 화재진압 과정에서의 실수가 원유를 실은 열차의 도심지내 폭발을 유발해 40여동의 건물을 파괴한 캐나다 퀘벡 열차탈선 폭발사고,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인한 항공 마비 등은 자연재해가 인적재난을 유발한 대형복합재난의 예시입니다. 이들은 모두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인명과 재산이 고도로 밀집된 도시에서 재해가 확대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 자체가 갖고 있는 재난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해 피해를 저감하는 취약성 평가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초 지자체 별로 재난에 대한 노출도, 취약성, 재난발생 시 대응능력을 모두 지수화해 각 지자체를 평가하고, 대비가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보완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재난관리 단계는 일반적으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방재 안전의 중요성과 그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재해 발생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World Bank의 조사에 따르면 재해 발생에도 국가의 소득수준에 따라 사망자수가 2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방재 분야 투자는 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현저하게 저감할 수 있습니다. 2018년 한 달 간격으로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과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화재를 보면 사망자수가 47명 대 0명으로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작동과 신속한 대응의 결과입니다. 예방적 관점에서의 방재시설 투자와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경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간 우리나라 재난관리는 재해 발생 이후 원래의 상태, 이전보다 안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개념이 적용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해 탄력성 혹은 복원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자연재해는 아무리 노력해도 100%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재난관리의 예방-대응-대비-복구의 패러다임을 저감-대응-대비-복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방 못지않게 복구·보상 등 재난 사후대응도 중요한데

재난이 발생한 후 수습은 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몫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 있는 복구비용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크고 작은 재난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나라의 예산으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하나의 방안으로는 보험료 일부를 국가‧지자체가 보조하는 정책보험 확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캠페인 등을 통한 홍보를 강화해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며, 향후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는 만큼 보험의 종류를 세분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재에 적용될 첨단 기술은

알파고로 더욱 유명해진 인공지능기술,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해 예측 기술은 재해의 조사‧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활용은 신속한 재난정보 전파를 가능케 해 정부,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의 재해에 대한 대응‧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줄 전망입니다. 재해 관리의 전 과정에서 4차 산업 첨단 기술의 적극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더 적은 비용으로 인명 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안전과 관련해 정책적‧사회적으로 바라는 점은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 소프스키는 향후 사회를 이끌어 갈 주도적 이념은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라 안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1세기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 혜택은 바로 ‘안전한 삶’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협 받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 지진, 태풍, 폭염과 한파,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매년 사상 최대의 피해가 갱신되고 있습니다. 사회 인프라가 고도로 집적돼 있는 도시에서는 화재, 붕괴, 대형 교통사고, 폭발 등 사회재난이 잦은 횟수로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빼앗아 가버리곤 합니다. 이제 안전을 위한 대비가 시급하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학회는 지난 20여 년간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학회였으며, 양적, 질적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학회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학회로 만족하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학회 비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방재학회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방재학회’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국문논문집의 SCOPUS 등재, 국제교류와 협력, 산‧학‧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 전문분과위원회 활동 강화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에는 우리 학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소하천 설계기준 고시와 소하천 설계기준 해설법 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재난발생 이후에는 구조물 복구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신적, 정서적 치료도 심도 있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봅니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모두 원인은 다르지만 피해는 유사합니다. 이를 저감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모두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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