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의 지하공간 활용, 입체적 공간 확대 기대…
새로운 개념의 지하공간 활용, 입체적 공간 확대 기대…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4.07.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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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지상 공간만으로는 주택, 교통 등 도시에 요구되는 모든 조건들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교통 인프라의 지하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지상 교통 인프라를 지하로 옮기면, 기존의 지상 교통 공간을 공원과 같은 쾌적한 생활환경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다. 이는 포화상태인 교통 인프라의 수평적 확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하로 입체적인 확대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지하도로 건설을 착수했고 GTX의 모델이었던 영국 런던 크로스레일(Cross-rail) 프로젝트의 첫 번째 노선인 엘리자베스선(Elizabeth Line)도 현재 운영 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GTX를 포함한 철도와 도로의 지하화 관련 사업이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검토 또는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50%가 우리나라 면적의 약 12%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상 교통 인프라로는 발전된 사회를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쾌적한 도시 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도 그에 비례해 지하공간의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지하공간은 지하철, 터널 등과 같은 교통 인프라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지하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하라고 하면 어둡고 습하고 위험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를 달리 보면 지하공간의 다양한 장점들을 찾을 수 있다.

지하공간의 특징 중의 하나가 ‘격리성’을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환경기초시설의 지하화를 들 수 있다. 지난 2015년에 완공된 경기도 하남시의 유니온파크는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한 환경기초시설로써, 지상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함으로써 기존 지상 공간을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한 훌륭한 사례로 손꼽힌다.

지하공간의 또 다른 장점은 ‘방사능 차단성’, ‘화학적 안전성’, ‘방폭성’, ‘고강성’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다.

핀란드에서는 세계 최초로 지하 450m 하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처분장 건설을 완료해 2025년부터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고준위 처분장 건설을 착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지선정 절차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관련 기술개발과 더불어 사회적인 합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단열성’과 ‘항온성’과 같은 지하공간의 장점을 활용해 압축공기와 같은 에너지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 지하에 저장하고 활용하는 사업들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재생에너지 활용으로부터 얻어진 초과 여유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양수(펌핑)해 상부댐에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한 시기에 상부댐에 저장된 물을 사용해 터빈을 돌려서 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이 재조명되면서 양수발전소 건설에 필연적인 지하시설 건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과거 유류비축기지와 같이 전략적인 에너지원을 보관·보호하기 위한 공간 목적 위주로 지하공간을 활용해왔는데, 도심지에서 집중 강우시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일본 등에서도 지하방수로(underground diversion channel)와 지하조절지(underground reservoir)가 건설되고 있고 수 회의 홍수방어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하방수로는 홍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바다, 하천 등에 방류하기 위해서 본류로부터 분류시키는 지하수로를 의미하며, 지하조절지는 홍수 시의 물을 임시로 담아두는 지하물탱크의 개념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빗물터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교통이나 전략물자의 저장을 위한 지하공간 활용에서 지하공간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개념과 프로젝트들이 제시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산업과 사회 발전에 따라 어떠한 새로운 개념의 지하공간 활용이 제시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장수호 부회장(사진)은 “현재 지하화에 따른 사회적 편익도 큰 반면, 이에 대한 제약들도 있다”며 “대표적으로 지하에 대한 지상 토지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와 대심도 지하에 대한 공공 목적의 활용 정책에 대한 대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해법을 일본의 대심도 지하의 공공적 사용에 관한 특별조치법(2001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제도적 근거 마련에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굴착공사로 인한 소음·진동, 환경피해 등을 우려한 지역 사회의 반대와 민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정책적·사회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새로운 기술 발전과 교육 등을 통한 기술보급에 기여하는 것이 터널지하공간 분야의 전문 학회로써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과 확산과 더불어 세대 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기술의 전수와 더불어 젊은 엔지니어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기술적 발전에의 기여뿐만 아니라, 지하화 사업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학회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제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방안들이 단지 선언적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실제로 활용돼 기여할 수 있도록 학회는 정부, 발주처 등을 대상으로 개선 방안들을 제시하고 함께 논의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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