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세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이도 칼럼] 세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 공학저널
  • 승인 2024.06.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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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기적처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 성장은 세대별로 자라온 환경을 너무 다르게 만들어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했다. 한 사회에 가치관과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잘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

현재 대한민국에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이후 후진국에서 태어난 1세대,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2세대, 그리고 선진국에서 태어난 3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폐허가 된 나라에서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자라온 1세대는 모든 것이 고마울 것이다.

특히 그들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정부의 역할에 큰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작가 본인이라도 그 상황을 겪어봤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찬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선진국에 있기까지 기반을 만든 것은 그들이다. 당시 약 2천만 명의 개인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 기반을 형성했다. 나라가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기반을 만든 것이다.

그 이후의 세대는 개발도상국에서 자란 2세대. 이들은 1세대의 배움과 성공에 대한 목마름을 이어받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했다. 1세대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기 위해 학벌, 고소득 직업, 부를 추구하며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고소득 직업이나 부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았다. 자신들의 부모보다는 나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세대는 다르다. 그들이 태어난 나라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이다. 그들의 부모는 교육을 제대로 받고 어느 정도 정립된 가치관을 가지고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적 수준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사회적, 경제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3세대는 결핍이 없지만, 문제는 부모의 욕심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가되었다는 점. 게다가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란 3세대는 비교와 갈등으로 인해 더 심한 경쟁에 내몰렸다. 그러나 2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2세대는 자의든 타의든 1세대보다는 어떻게든 잘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보다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진 3세대는 부모의 눈치를 보던 단계에서 벗어나 그들의 그늘에서 늦은 나이까지 성장하려는 상황이 급격히 늘어났다. 과거 1, 2세대에게는 IMF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면, 3세대에게는 부동산값 폭등이라는 이슈가 발생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것이 큰 벽으로 다가왔다. 2024년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단 몇 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시기를 직접 겪었다. 시간이 지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그 충격과 현실의 벽은 평생 그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어느 나라나 세대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는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은 우리나라 기준의 3세대 모두가 선진국에서 자라왔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중진국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대한민국처럼 짧은 시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분야별, 산업별로 성장 속도가 달랐다. 정치는 후진국 수준이지만, 경제와 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이다. 외교력은 중진국 수준이면서 국민성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 결과, 시한폭탄과 같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안고 살아왔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금 살고 있는 1~3세대는 모두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셈이다. 성장 과정이 달라 경제적 기회, 교육, 기술 접근성 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고, 이는 세대별로 급격한 스트레스를 가져왔다. 고도의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과 취업 시장은 매번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을 주었으며,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이는 젊은 세대가 집을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 급감으로 인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력 부족과 고령자 복지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한국이 이른 시일 안에 겪은 급격한 변화의 부산물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들은 물론 누구 하나 정확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는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두 번째는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가치관은 개인주의도 아니고 집단주의도 아니다. 관계주의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우리는 관계주의라는 특이한 문화권에서 자라왔지만, 그 가치를 부정하며 성장해 왔다.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알아야 했고 서로를 이해시켜야 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하면 이해와 납득이 필요하다. 부모의 가치관과 생각이 왜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자라온 환경과 자녀의 환경이 다름을 설명하고, 그것 때문에 생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시켜야 했다.

과연 있었을까? 소통과 이해가 있었다면 빈부, 남녀, 세대, 종교, 지역 갈등에서부터 심지어는 사는 곳도 1급지, 2급지로 분류해 갈등을 만드는 행위는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갈등이다. 학벌은 물론 경력까지 모든 것이 갈등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는 두 가지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세대 갈등이다. 서로 자라온 환경을 이해하지 못했고, 부모가 왜 저러는지, 자녀가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성장 과정이 달랐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라온 환경 자체가 달라 갈등만 늘어났다.

그동안 우리는 세대 간 소통과 이해를 방치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등한시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세대 간 단절과 불화가 만든 기형적인 사회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이 갈등은 모든 문제의 씨앗이 되었고, 이미 대한민국에 깊이 뿌리내렸다. 이제 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서서히 몰락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나무를 자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뿌리까지 통째로 뽑아버려야 다시 씨앗을 심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화에서 비롯될 것이다.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는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지금 후회되는 것 중 하나는 조부모님께 과거에 어떻게 사셨는지 여쭙지 못한 일이다. 대화의 상대가 되어 드리지 못한 것과 과거를 생생하게 들을 기회를 놓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사이가 좋지 않았던 1세대와 2세대의 갈등을 3세대가 중재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 시도가 우연한 기회로 2세대와 3세대의 갈등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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