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정이도 칼럼]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 공학저널
  • 승인 2024.02.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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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적혈구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거비'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는 FDA가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승인한 첫 사례로, 영국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국(MHRA)이 이 약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바 있다.

201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최초로 소개된 유전자 가위 기술이 10년 만에 치료제 상용화가 본격화된 것이다. 유전자 가위 치료제는 세포 내에서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DNA)를 정확하게 자르고 교정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난치성 유전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단 한 번의 치료로 장기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국제적인 석학으로는 독일 막스 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 교수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인 제니퍼 다우드나가 있으며, 이들은 20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유전자 가위 기술은 난치성 유전질환에 대한 희망적인 돌파구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번 FDA 승인은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임상 응용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치료법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을 정밀하게 수정하여 질병을 교정하는 새로운 치료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다양한 유전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난치성 유전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농업 및 식량 생산 분야에서 혁신적인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유전자 개선을 통해 작물의 저항성 강화와 영양성분을 개선할 수 있다.

작물의 유전자를 수정하여 해충, 질병 및 기상 조건 등에 대한 내성을 향상할 수 있어 농작물 손실을 줄일 수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재배 환경에서 더 안정적인 작물 수확을 가능케 한다. 특히, 특정 기상 조건에 대응하는 작물을 개발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민감한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향상할 수 있다.

작물의 영양성분을 개선함으로 기아 문제와 영양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작물의 성장 속도, 열망 등을 조절하여 생산성을 향상하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고 각종 질병이나 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신품종을 개발하여 농작물의 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작물 내에 해충이나 질병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함으로써,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작물의 향기, 맛, 색상 등의 비기능적인 특성을 개선하여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을 임의로 생산할 수 있다.

최근 프리시던스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편집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15.7% 성장하여 299억 3,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지만 국내에서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비용과 규제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석학들은 국제적인 경쟁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규제 및 요구를 맞추기 위한 투자가 부족해 임상시험에 착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제기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 국내는 관련 기술이 아직 임상시험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이다. 규제 요구를 충족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자금 부족이 국내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신적인 의학 기술의 상용화와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투자기관 등이 협력하여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빠른 임상 진행을 위해서는 규제와 자금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용된 작물을 여전히 유전자변형식품(GMO)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유전자 교정 작물과 GMO는 완전히 다르다.

GMO는 한 생명체에 외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주입하여 새로운 형질을 생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유전자 가위는 외부 유전자 주입 없이 해당 세포에 이미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어 염기서열의 일부를 수정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두 가지 측면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 일단은 유전자 가위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GMO의 유전자 변형과 유전자 가위를 혼동하고 있는데, 이를 과학계가 분명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국회에 제출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정부 법안은 일부 심사 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유전자 가위를 GMO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처럼 유전자 가위를 별도의 법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혁신적인 의학 기술과 농업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투자기관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규제와 자금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규제 기관은 혁신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역량과 기술적 지식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규제, 법 집행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성은 크며, 혁신은 강력한 규제와 법 집행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민첩한 대응과 국제적 협력이 필수다. 또한 국가 간 협력과 윤리적 토론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사항에 대하여 다양한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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