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하공간의 패러다임, 미래 지하도시 시대 열린다
신지하공간의 패러다임, 미래 지하도시 시대 열린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4.04.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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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나라의 터널 건설 기술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성장했다. 또한, 서울의 지하철 네트워크는 세계적인 메트로 교통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심지 지하 교통시스템의 구축도 대한민국의 터널 기술 발전의 촉진제가 됐다.

하지만, 과거 지하공간의 개발 목적이 대부분 교통시스템의 구축에 있었다면 미국 보스턴 빅딕 프로젝트를 예로, 이제는 도로와 고가도로는 지하공간을 활용하고 도심지의 지상 공간은 녹지와 공원으로 보다 쾌적한 도심지 생활환경 구축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래 지하공간은 혐오시설, 발전소,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의 지하화와 공동구 등 유틸리티 터널 활성화, 대심도 지하도시 등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지하공간이 공간적으로 무한하고,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매입비용이 없으며, 각종 외부 공격에 대해 안전하고, 자연훼손이 거의 없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하공간 건설 개념은 지반 자체를 구조물로 활용하기 때문에 지상구조물과는 달리 영구적인 구조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수처리장, 열병합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등 혐오 시설 등을 지하에 설치함으로써 지상공간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발전소 등을 지하에 건설하면 지진 등으로 인한 위험을 저감할 수 있고, 유사시 신속한 폐쇄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특히, 서울 도심지 지상 도로 시스템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가중되다보니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제물포지하차도 등 간선도로 지하화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철도 교차로 지하화 등을 통해 지상공간 활용과 지상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강우 발생으로 서울 강남 침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되고 있어 신월빗물저류배수 시설처럼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 저류 배수 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하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심각한 기후변화, 미세먼지와 황사, 효과적인 공간 활용성의 극대화 등 지하도시는 가장 안전한 생활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지하도시의 토대가 되는 지하대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높은 안정성이 담보돼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조계춘 회장(사진)은 “얕은 심도의 지하공간은 상하수도 관로, 전력·통신 관로, 지하철 등 다양한 매설물과 지하구조물로 인해 효과적인 활용이 어려워 깊은 심도 지하공간을 다뤄야하는데 이러한 대심도 지하공간 개발과 관련된 세부 요소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또한, 스마트건설기술 등 미래기술과 터널 기술의 융·복합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지하안전법 외에는 대심도 지하 대공간 건설시 참고할 수 있는 국가 기준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이와 관련된 체계화된 코드 개발이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지하공간은 아직 주거지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법지침 개(제)정이 필요하며, 채광, 환기, 방재, 환경 등 안전과 관련된 기술 등 지속적인 기술 개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으로 치면 동맥과도 같은 기능을 하는 공동구의 활성화 부분이다. 공동구는 전기, 상수도, 통신 등 3개 이상의 수용시설을 지하공간에서 통합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국가 주요기반시설이지만, 현행 공동구 설치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규정돼 있어, 중·소규모 개발사업 또는 기존 시가지 등에 설치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구 활성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가 지난해에 착수됐으며, 조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서 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공동구 활성화 연구단은 공동구 내 수용시설 공유운영 및 스마트 제어를 위한 지능형 통합 운영체계 구축과 공동구 성능개선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로 크게 2개의 테마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공동구 설치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표준화와 법제도 개선안을 제시할 계획으로 공동구의 활성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이러한 터널 지하공간 분야의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 기준 마련, 제도 개선 등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4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16대 회장으로 취임한 조 회장은 다섯 가지의 중점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신지하공간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학회를 위해 정책 제안을 통한 지하공간 개발사업 발굴, 선도하고, 정부, 공공기관, 산·학·연과의 연계협력 강화,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미래기술·전략 발굴, 기술교육 개발, 그리고 터널 엔지니어인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술활동이 역동적인 학회를 위해 학술대회, 정책·기술 포럼, 논문집 위상을 제고하고, 미래기술 분야와 융·복합을 통한 질적·양적 확장, KTA Fellows Award 마련, 지속적인 기술교육 기회 제공과 서적편찬, 기술위원회 활동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회원과 사회와 소통하는 학회를 위해 회원 간 기술정보 공유 방안, 지역기반 교류 기회를 확대하고, 사회문화 활동을 통한 회원 교류 활성화, 대국민 인식개선 방안 모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네 번째로는 K-Tunnel 기술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교류 확대를 통해 세계화를 지향하고 K-Tunnel 영문 홍보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국내 터널관련 기준 해외 보급과 젊은 기술자 해외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30년 전통을 계승하며 젊어지는 학회를 위해 젊은 터널 엔지니어 참여와 30년 기술 전통의 후대 전수를 활성화하고, 터널·지하공간 미래기술 Dreaming 공모전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최근 국내외에서 각종 터널·지하공간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터널지하공간학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더불어 학회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학회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학술단체인 동시에 하나의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소통 공간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학회의 발전을 위해 당당히 도전해 나간다면, 우리 학회가 대한민국 토목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 학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임기동안 회장으로서 밀알이 돼 우리 학회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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