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경간 200m’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 개발…”
“세계 최초 ‘경간 200m’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 개발…”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3.08.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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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도 기술의 새 역사를 쓰다
세계 최장경간 200m 경전철 고가구조물 개발 및 성능검
세계 최장경간 200m 경전철 고가구조물 개발 및 성능검증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도심지에서는 멋진 경관을 갖는 보도교와 육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면 고가경전철은 상부구조를 받치는 수많은 기둥들과 기존 밀폐된 투박한 철도교 형식의 상부구조로 인해 도심지 경관을 헤치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경전철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고가건설방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지하철 대비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건설이 가능해 승객 수요가 작은 중소규모의 도시철도 라인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손꼽히며 본격 도입이 시작됐다.

하지만 경전철 도입 초기, 도심지에 기존 철도교량 형식으로 고가구조물이 건설되면서 도시미관 훼손, 도시단절, 소음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반대가 매우 거셌다. 여기에 고가 대비 건설비가 2배 이상 높은 지하화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 하락으로 인해 경전철 사업이 지연되는 등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일이 잦았다. 경전철교가 보도교의 사람 통행 중량(군중 중량)보다 가벼운 경량전철임에도 철도교의 기존 인식을 탈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보도교처럼 도심지 경관을 고려하되, 케이블 없이 하부기둥과 기둥 사이를 최대한 넓혀 심미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경전철 고가구조물 건설기술이 개발됐다. ‘세계 최초 최장경간 (200m급) 경전철 고가구조물’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을 케이블 없이도 도심지 세계 최장경간인 200m까지 구현 가능한 고가구조물로 주목받았다.

기존의 빼곡한 하부 기둥들로 인해 도시단절 느낌을 주는 하부구조를 최대한 제거하고 심미적인 개방형 구조의 도시조형물 같은 유선형 구조의 상부구조 형식을 도입해 도시미관과 경관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토교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연구개발 과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을 맡고, 부산교통공사, 지에스건설, 동아이엔지, 우성디앤씨, 씨엔에스씨, 한국화이바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연구책임자를 맡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구조연구실 신정열 책임연구원(사진)은 “연구원은 본 사업의 전체 주관연구기관을 맡았으며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개념설계 단계부터 최종 성능검증 단계까지 공동연구기관과 합심해 최종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며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개념 도출부터 공동연구기관에서 분야별로 개발한 설계, 제작 및 시공 기술은 모두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구성원 간 인터페이스 연계를 바탕으로 최종단계인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열차주행 안전성, 내진·내풍 안전성, 구조적 안전성 등의 종합 성능검증연구까지 수행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최장경간 200m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기존 강박스 혹은 PC박스 거더교 등 철도교 형식을 탈피해 상부 중앙 백본(backbone)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상·하부 일체형의 신형식 구조를 메인 구조로 선정해 최적의 구조효율을 자랑하며, 하부구조와 일체로 연결된 중앙 백본 부재가 전체 구조계의 65%를 지지하도록 했다.

동시에 도시조형물 같은 심미성을 고려해 메시형(mesh)의 외부 아웃리거 스킨 구조가 중앙 백본 구조를 미학적으로 감싸면서 구조적으로는 부부재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이 아웃리거 부재는 전체 구조계의 35%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백본 및 아웃리거 구조는 상부 중앙에 위치하는 백본 구조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구조를 갖도록 백본 상·하단에 각각 상·하부 아웃리거가 연결된 구조로 설계됐다.

연구단은 상·하부 일체형의 백본 및 아웃리거 신형식 구조를 이용해 기존 강박스형 거더교 대비 강중 20% 이상을 경량화하고, 기존 콘크리트 바닥판 중량의 20% 수준인 FRP 바닥판을 도입해 케이블 없이도 최대 200m 장경간화 구현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하부 아웃리거의 경우 직접적으로 열차하중이 재하되는 부분으로, 열차하중이 직접적으로 재하되는 부분에 절점부를 두고 여러 사재들이 만나도록 배치해 구조안전성을 도모했다.

이렇듯 기존의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받치는 구조 역할만 하는 반면, 상·하부 일체형의 하부구조를 도입해 상부구조물의 응력 및 처짐을 분담하도록 한 것은 신형식 고가구조물만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신 책임연구원은 “지점부에서 하부구조가 상부구조의 백본 상단까지 연장되고, 지점부가 일반 중앙부에 비해 높게 돌출돼 있으면서 미학적으로 유선형을 가지도록 설계했다”며 “이를 통해 고가하부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하부 교각 위치로 인해 곡선 선형으로 시공될 수밖에 없었던 도로 혹은 하천 등의 지형 영향을 최소화해 시·종점 간 전체 구조물 연장 시 최단 시공이 가능해져 열차운행 효율을 높이고 사업비 절감에 따른 경제성 제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가구조물의 하부구조의 폭은 최대 1.5m 이내의 슬림한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도로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면서 기존 상부도로 차선잠식을 없애거나 최소화함으로써 도로교통 혼잡 가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철도교 형식의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상부가 노출된 구조인 반면,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상부 아웃리거 스킨 구조가 캐노피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비·바람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폭설 시 열차 급전 문제, 주행선로 미끄럼 문제 등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소음 측면에서도 상부구조를 감싸는 외부 아웃리거 스킨구조로 인해 1차 방음 효과가 있으며, 필요 시 외부 아웃리거 스킨 구조에 별도의 글라스 방음 패널 적용으로 2차 방음 효과도 있다. 부분적으로 태양광 글라스 패널 적용도 가능해 향후 유지관리용 전원·야간 경관조명 등의 에너지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세계 최장경간(200m급)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구성도
세계 최장경간(200m급)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구성도

현재 연구단은 이러한 최장경간 200m 경전철 고가구조물에 대한 여러 안전 성능검증을 끝마친 상태다.

신 책임연구원은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경간 중앙부 연직 처짐 및 최대 연직가속도, 면 틀림에 대한 응답을 분석해 열차 주행안전성과 승차감을 평가했으며, 최대 연직가속도 0.29g(허용치: 〈 0.5g), 연직처짐 약 60mm(허용치: < 333.3mm), 면틀림0.07mm(허용치: < 1.2mm)로 모두 허용 기준치 이내를 충분히 만족함을 확인했다”며 “국내 공인인증시험기관에서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내풍 및 내진 성능평가를 완료했다. 강한 태풍급 이상의 바람(최대 80m/s)에서 와류진동 및 플러터 현상이 발생되지 않아 내풍 안전성을 확인했고, 열차 운행제한 풍속(20m/s)에서 모두 진동사용성 기준(최대가속도 100gal 이하)을 만족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1000년 빈도 주기의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을 모사한 내진성능검증 실험에서도 120% 이상의 내진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단은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가장 취약 부위인 중앙 경간부를 실대형 구조물로 제작, 최대 430톤까지 하중재하실험을 수행했으며, 120% 이상의 안전 확보로 구조적 안전성까지 확인했다.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시공 측면에서도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확실히 높였다. 상부 및 하부구조물을 요소부재 혹은 세그먼트 단위로 사전에 공장 제작하고 현장에서 모듈 단위로 조립한 후, 소형 가설 특수장비를 이용해 도로 차단을 최소화(3차로 이내)해 단기간에 급속·정밀 가설 시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복잡한 도심지내 기존 고가구조물 시공 시 대형 크레인 가설로 인한 6차로 이상의 교통 차단과 함께 수년간에 걸친 장기 공사로 인해 공사 중 상부도로교통 혼잡이 가중되던 기존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향후 경전철 고가구조물 확산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신 책임연구원은 “최장경간 200m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전 세계 최초의 고가구조형식으로 어디에도 시공된 바 없는 기술력을 자랑한다”며 “국내 철도분야 실용화를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해 국내 지자체와 공동으로 신규 경전철 계획노선 일부 구간에서의 시범시공을 통한 실증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내 지자체별 신규 경전철 계획노선으로의 확산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철도기술연구원은 최장경간 200m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의 국내 실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내 신규 경전철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와 지속 협의를 통해 별도 국가R&D사업으로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도시철도건설·운영기관의 경전철시스템 건설·운영 노하우와 철도기술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독자의 K-AGT 경전철 차량기술 및 최장경간 200m 경전철 고가구조물에 대한 세계 선도기술을 발판으로, 동남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 경전철 시장 진출에도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신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고속철도도 이루지 못한 해외 진출을 경전철 분야에서 꼭 이루고 싶다. 일본의 기술 경쟁력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경전철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래에 대비해 철도 토목인프라 소재도 기존 콘크리트, 강재 외에 추가로 친환경적인 신소재를 발굴·적용하면서 미학적으로도 시민들에게 더 친근한 철도 인프라 기술개발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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