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나라는 험준한 산간지역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도심지 대심도 지하와 고속주행을 위한 직선주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터널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산악지역, 도심지를 통과하기 위한 도로터널, 철도터널, 지하철에는 터널 시설물 내 환기와 방재의 목적으로 수직터널 건설이 필수적이다.
터널의 환기, 방재뿐만 아니라 수력·양수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물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수직터널은 대표적으로 하향식(Top-Down)방식과 유도공 확갱(Pilot-Enlargement)방식으로 시공되고 있다.
하향식 방식은 선진 도갱 없이 상부에서 하부로 굴착해 버력(광물 성분이 섞이지 않은 잡돌)을 상부로 인양하는 반면, 유도공 확갱방식은 유도공을 굴착한 후 확갱작업을 통해 버력을 유도공으로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하향식에 비해 효율적이다.
유도공 굴착 방법 중 하나인 RC(Raise Climber)공법은 Raise Climber 장비를 사용해 벽면에 가이드 레일을 설치하고 상향천공, 장약, 발파, 환기, 부석처리의 순서로 상향으로 발파를 통해 다양한 면적의 수직구를 시공하는 공법이다. 또한, 암질의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수 있어 지반변화에 즉시 대응 가능하고, 소규모 설비로 초기 투자비가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약 지반(절리 파쇄대 구간)과 용출수 발생구간에는 적용이 어렵고, 인력굴착으로 굴착속도가 느리고 시공 정밀도가 불확실하며, 작업원의 숙련도에 따라 시공품질이 결정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발파로 인한 소음, 진동 등의 민원문제로 도심지 공사에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ESG경영 중시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시행으로 안전 경영과 시공이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상향발파(천공) 작업으로 인한 낙석 등의 안전사고, 분진 등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기존 RC공법의 한계로 인해 최근 수직터널 시공에도 기계화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굴착하고자 하는 수직과 사갱의 상부에는 기계실을, 하부에는 Reaming Room을 조성한 후 상부기계실에 R.B.M을 안착시켜 수직구 상하부에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상향식 굴착방법인 RBM(Raise Boring Machine)공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RBM공법은 상부에서 하부로 TRi-Cone Bit로 굴착하면서 드릴파이프를 연결해 유도공(Ø311mm)을 관통시킨 후 상부로 리머헤드를 끌어올리면서 수직구를 확공(Ø2.4m~3.05m)하는 공법이다. 유도공 천공 시에는 기존 Tri-Cone Bit 공법에서 개량된 R.V.D.S(Rotary Vertical Drilling System)공법을 사용해 편차를 더욱 최소화 할 수 있다.
RBM공법은 초기투자비가 상대적으로 고가이지만, RC공법에 비해 용출수 발생 시 작업이 용이하며, 기계굴착으로 공정이 단순하고 굴착속도가 빠르고 오차범위가 0.5%이내(R.V.D.S 장착 시 오차범위 0.1% 이내)로 시공정밀도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또한, 기계굴착으로 굴착지반의 안전성 확보되며, Pilot Hole, Reaming 작업 시 발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환기문제와 민원발생을 해결할 수 있어 도심지 공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특히, 기계굴착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없어 수직터널 시공의 탁월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수직구의 정확도가 높고 공기도 단축시킬 수 있는 선진 굴착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RBM공법을 비롯해 효율적인 시공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굴착 장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성풍건설은 수직터널 분야에서 현재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풍건설은 설립 초기에 광산개발과 보수공사에 주로 참여하면서 국내에는 수직터널 굴착 기술이 부족하고, 터널과 발전소 등을 건설할 때 안전성을 갖춘 환기구 기능을 하는 수직터널 기술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터널 굴착 기술에 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수직터널 분야에 입지를 다졌다.
특히, 중앙고속도로의 죽령터널 시공을 통해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청송 양수발전소의 수직·수압터널 건설공사를 시공한 것은 기술 개발을 통한 최초의 기계화 시공현장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장대 수직갱의 시공상 문제점을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상향식 굴착방법인 RC를 적용해 진입로 개설 없이 밀양~언양간 능동터널을 시공했으며, 이곳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헬기를 이용해 삭도를 설치하는 자연친화적 공법을 적용한 시공사례로 손꼽힌다.
이어 예천양수발전소에서는 국내 최장의 수직터널(연장 534m)을 건설했다. 당시 무수한 위험 요소가 있었지만 그동안 축적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발휘해 성공적으로 완공할 수 있었다.
또한, 수도권과 동해안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총연장 10.965㎞의 국내 최장대 도로 터널인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14공구 건설현장의 인제터널 수직환기구 굴착 공사, 이곳에 시공한 수직갱 2곳에는 당사가 보유한 최신식 굴착장비인 RBM 73RVF-C를 활용해 시공했다.
성풍건설 김진석 연구소장(사진)은 “최신식 굴착 장비인 RBM 73RVF C는 주파수 변환 AC 전기모터 구동 방식으로 다양한 암질에 대응이 쉽고 에너지 효율이 기존 유압식 방식보다 14% 높다”며 “또한, 기계식 굴착 방식으로 인력식에 비해 정확도가 높고 공기를 줄이며 안전성을 제고시켜 경쟁력 있는 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풍건설은 이밖에도 RC장비 STH-5L과 STH-5D 2대, 확갱장비(Enlargement Machine) 2세트t, 갠트리크레인 3세트 등을 보유해 수직갱 시공을 위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굴착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확보하고, 수직구에 관한 꾸준한 연구로 이에 관련된 특허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성풍건설이 수직터널 분야에 선도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와 기술개발을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것도 있었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술 개발이란 있을 수 없다. 모든 기술개발의 시작은 역설적이게도 건설적인 불만족에서 시작되고 불만족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진보되기 마련이다. 환경과 건설정책, 대중들의 기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개발과 혁신이라는 화두를 줄곧 기업 경영의 모토’라는 김인필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연구소장은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설립 초기 ‘최소 10년간 기업을 유지하자’라는 이념으로 운영됐고, 이후 10년은 기업을 이끌어 갈 기술개발에 주력했으며, 현재는 100년 기업을 영속하기 위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는 경영철학을 이어 받아 앞으로 최근 GTX를 비롯한 대심도 지하터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공사 등 기존 도로와 철도를 지하화해 지상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관심에 따라 발파가 불가능한 지역에 수직터널(RBM공법)을 이용한 지하굴착사업에 그동안의 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