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안전진단 활성화, 스마트 기술과 제도적 뒷받침 필요
시설물 안전진단 활성화, 스마트 기술과 제도적 뒷받침 필요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3.07.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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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건설산업에 대한 투자는 국가 경제발전과 궤도를 같이 해 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발전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신규 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감소되고 유지보수 수요가 증가하게 됐다.

건설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경우 건설시장에서 유지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한 유지보수에 대한 국가정책이 미흡하고 예산투입이 지연되는 경우 2007년 미국 I-35W 미시시피강 다리 붕괴 사고,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모란디 붕괴사고 등 시설물의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와 국가 이미지 추락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 본격적인 건설투자가 시작돼 1980년대 후반부터 1998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건설투자가 GDP 대비 약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시설물이 건설됐고, 이로 인해 현재 30년 이상의 노후 기반시설물이 급증하고 있어 유지보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과거 시설물 유지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 관련제도 미비로 인해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1종, 2종의 대형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해왔다.

또한, 2017년에는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면 개정돼 비교적 소규모인 3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추가 실시와 성능평가로 대변되는 성능중심의 유지관리체계를 도입해 전반적인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체계를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정자교 인도부 붕괴사고가 발생돼 국토교통부, 시설물 관리주체, 안전진단전문기관 등으로 하여금 현행 시설물 안전진단 제도와 실시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성찰해보고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겨졌다.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행위는 크게 일상 유지관리, 예방적 유지관리, 사후 유지관리로 구성되며, 이 세 가지 유지관리가 적정한 비율로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시설물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만약 일상 유지관리나 예방적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은 예산이 적게 들어가나 일정 시점 이후로 사후 유지관리 필요성이 급증해 어마어마한 예산 투입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2021년 11월에 미국에서 도로, 교량, 수자원 공급, 인터넷 통신망 등 낙후된 물적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약 10년에 걸쳐 1조 2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인프라예산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지속가능한 시설물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용년수가 오래된 노후화 시설물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해서 시설물 안전진단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설물 유지관리의 필요성을 먼저 절감한 해외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설물 유지관리 방법론이 개발됐다. 시설물을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민간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기법을 시설물 유지관리 과정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자산관리 기법에 근거한 시설물 유지관리가 대표적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에 근거해 경제적 측면, 환경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한 시설물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개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시설물의 다양한 성능지수를 개발하고 열화곡선을 작성해 시설물 보수보강과 개축시기 결정에 활용하고자 하는 이론적 접근법도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법론들을 일부 도입해 시설물 성능평가 등으로 제도화해 적용하고 있지만, 더 체계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또한, 경제적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시설물의 안전진단을 위해 스마트 기술의 도입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건설품질연구원 진남희 부원장(사진)은 “최근 시설물 안전진단 분야에도 영상촬영기술, 로봇기술,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시킨 스마트 건설기술이 도입되고 있다”며 “고교각, 하천구간 등 인력에 의한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지거나, 인력조사 시에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오차를 최소화하고, 재료시험장비와 계측장비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조사, 측량 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이 안전진단 기술자의 업무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으며, 손상의 원인 분석, 계측결과의 공학적 의미 분석, 향후 유지관리대책 수립을 위한 의사결정 등은 여전히 기술자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즉, 스마트한 안전진단 기술자와 스마트 건설기술의 결합이 안전진단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건설품질연구원은 1993년에 설립이후 약 30년간 시설물 안전진단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과 우수한 안전진단 기술자들을 육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상촬영 기법을 활용한 외관조사 기술 등의 스마트 신기술 개발을 통해 안전진단 분야 기술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시설물 안전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관을 목표로 기술혁신을 통해 결과를 만족시키며, 소통 확대를 통해 상호 신뢰하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한편, 시설물 안전진단 기술자는 콘크리트, 강재, 아스팔트, 지반 등의 다양한 재료들의 제조와 거동 특성에 대한 이해, 시설물의 설계와 시공과정에 대한 지식, 여러 진단장비와 계측장비의 활용능력, 적정한 보수 보강 방안 제시, 안전관리와 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의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로 기본적으로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며, 기술사나 박사 자격 소지자들도 많이 종사하고 있지만, 현장업무는 소위 3D 업종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시설물 안전진단 분야가 비록 3D 업종 분야라 할지라도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이자 고도의 기술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안전진단 기술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진 부원장은 “제도적 뒷받침뿐만 아니라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성능평가의 과업내용과 대가기준이 현실적으로 수행되는 업무에 맞게 재정비돼야 한다”며 “특히, PQ 제도나 기술자 등급부여 제도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안전진단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자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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