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강영호 기자] 최근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 수열에너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열을 이용해 히트펌프 또는 현열로 열을 생산하는 에너지다. 업무용, 수열을 열원으로 건축물의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수열에너지를 이용해 터널 입출구와 도로 등의 눈을 녹여주는 스노우 멜팅 시스템(Snow Melting System), 산업공정에서 나오는 중온수 폐수를 이용한 스팀을 제조해, 가온, 건조, 살균 등 산업공정에 재활용하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수열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서 기존 지중열교환기를 이용한 건축물 에너지 절약 기술에 한정되지 않고 스마트팜을 비롯한 친환경 집단에너지·플랜트 분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수자원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관련 산·학·연은 국내 수열에너지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정책적 제도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열에너지 기술의 구성과 시스템은 수열에너지 취수부, 필터링 시스템, 컨트롤밸브, 이송 배관, 히트펌프, 열교환기, 자동제어시스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핵심장비는 ‘히트펌프’로, 수열에너지에 적용되는 히트펌프 장비는 중대형이 사용되기 때문에 중대형 히트펌프의 개발을 통해 효율 개선과 활용성, 유지보수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자동제어시스템의 경우 에너지의 활용 시간과 용도 부하 조건 등 각종 조건의 정보를 축적해 최적화 제어 로직에 딥러닝 기술들을 접목하는 것으로 각종 모드에 최적화 운전과 에너지 절약 모드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수열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수열을 취득하는 방법도 일반 판형이나 쉘&튜브 열교환기를 이용하거나, 물이 흐르는 관로 내에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방법, 관로 밖에 열매 파이프를 설치해 열을 취득하는 방법, 사이클론 방식으로 원심력에 의한 이물질 분리 공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규제로 인해 수열에너지의 범위와 관련 기술이 제한적이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그 활용 범위와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관련 산·학·연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 성재용 회장(사진)은 “현재 신재생 에너지 중 수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냉난방 시스템의 에너지 절약으로 인한 소비자의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하고,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 억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실현을 위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수단으로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만큼 우리 주변에는 활용이 가능한 수자원이 잠재돼 있다. 이를 신축 또는 기축 건물에 광역원수의 에너지를 냉난방 또는 냉각용수로 이용하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2050정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40%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탄소중립 해법 중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수열에너지를 통한 탄소중립 목표 수립은 지리적인 측면과 4계절이 뚜렷한 환경적인 측면, 물이 가지고 있은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 회장은 “냉난방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은 해외에 이미 모두 공개되어 있고,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 가스를 사용해 대량 열생산을 하는 지역난방이 아닌 광역난방 열공급 공정에서 부가적으로 수열을 이용한 소규모 열생산은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수열에너지를 우선 사용해 열을 생산하고, 부족한 부분을 화석 연료인 가스를 이용해 열을 보충하는 것으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면 초반에는 복잡한 과정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많은 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간 수열에너지의 범위는 발전소의 온배수와 하천수로 국한돼 있는 상황이다. 지하(유출)수, 하수, 하수처리수, 원수, 호소수, 공정 폐수 등은 수열에너지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 신재생에너지 통계나 신축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시행령에서 수열에너지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규제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는 지열 및 수열에너지와 관련된 학술연구, 표준 시방 지침마련, 표준 성능 기준 제시와 전문가들의 정보 교류를 통해 지열·수열에너지가 보다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인력 저변확대, 정책개발과 기술 지원을 뒷받침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학회는 서울시와 함께 지열·수열시스템 활용기술 활성화를 목표로 약 20여 개 공공건물 현장을 방문해 에너지 저감 기술과 정책에 협력하며 지원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회는 향후 수열에너지 학술 포럼과 수열 산업화 등의 수열 엑스포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네트워킹을 구축해 수열에너지협회 설립에도 많은 기여를 할 계획이다. 또한 정 회장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으로 많은 사이트 설치를 지원하면서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수열에너지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련 법규들을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학회에서는 기술적 내용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 등 유관 부서들의 상호협력이 매우 절실하다”며 “정책적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수열 관련 R&D 사업, 관련 강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을 활성화한다면 국내 수열에너지 산업발전은 물론, 세계시장의 판로 창출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