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나라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전체 인구의 약 80%가 도시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심지의 지상 공간 확보는 한계가 드러났고, 이에 터널을 비롯한 지하공간 시설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터널 굴착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적용하고 있는 기계화 시공은 우리나라와 같이 퇴적암층이 많고 습곡 등의 지질변화가 심한 지반층에서는 일률적인 지층으로 구성돼야 굴착 시공성이 우수한 기계화 시공에 한계가 있다.
발파 시공의 경우 사용 허가조건이 까다롭고 민원이 발생해 도심지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에도 다양한 지층구조와 터널연장에 관계없이 적용이 가능하고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심도 터널과 민원이 비교적 적은 구역에서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기계화 시공보다는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터널발파 작업은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화약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상의 문제와 오류가 발생할 경우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발파진동과 소음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건축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터널발파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와 시공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부재한 상황이고, 발파진동과 소음에 대한 법률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자와 민원인 간의 끊임없는 갈등, 분쟁 그리고 화약류 사용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터널 발파 설계내용과 기준이 일관성이 없고, 발파기관별로 입찰기준이 각자 다를 뿐만 아니라 발파진동과 소음관리 기준값이 다르기 때문에 발파현장 마다 많은 혼선과 갈등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널의 발파 설계와 관련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소음, 진동에 대한 기준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관으로 지난 2020년에 착수된 ‘도심 지하 교통 인프라 건설 및 운영 기술 고도화 연구’에서 이러한 터널 발파 설계·시공지침과 건축물과 인체 특성을 고려한 발파진동 기준의 세분화 정립에 나섰다.
최근 도심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GTX 노선 공사와 도심지 지하 간선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터널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의 정신적 불안감과 건축물 균열 등의 피해로 시공자와 주민간의 갈등과 사회적 비용 발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터널발파 공사로 인한 피해와 갈등 예방을 위해 강화된 진동기준을 제시하고, 발파분야 전문가를 추가 배치해 관리하도록 하는 기준과 진동, 소음 상시계측 통해 진동기준에 적합한 발파공법을 시행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했다.
또한 건축물과 인체 특성을 고려한 발파진동 기준 세분화 정립에서는 건축물과 사람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진동의 크기를 세부적으로 정립해 관리기준을 마련하고자 연구가 수행됐다.
현재 발파진동에 대한 국내의 관리기준은 건축물의 구조, 재료적 특성만 고려해 발파진동 허용기준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건축물에 존재하는 인체의 특성에 따라 건축물의 피해정도와 민원의 강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발파진동은 건축물의 재료, 구조, 유지관리, 사용용도 상태 등 특성에 따라 진동 응답특성과 진동피해 인과관계가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인체의 경우 사람의 건강, 정신·심리적 상태, 정지된 상태의 상주와 휴면상태, 활동과 이동 중 상태에 따라 진동에 대한 감응도와 반응상태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발파현장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축물별 발파진동 규제기준은 건축물의 다양한 특성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규제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건축물에 거주하는 인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건축물의 특성만 고려해 발파진동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물 특성과 거주민 상태에 따라 진동의 피해와 민원이 다르게 발생해 거주민의 불안야기, 갈등에 따른 사회비용 발생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파공사 현장에서 발파진동이 건축물별 특성, 거주자의 특성에 따라 발파진동에 대한 감응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발파진동 관리와 민원예측이 쉽지 않아 발파공사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과 인체에 대한 발파진동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 동일한 건축물 일지라도 건축물 특성 인체성향에 따라 발파진동 관리기준을 차등화시켜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하고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터널 발파 설계·시공지침과 발파진동 기준의 세분화 정립을 수행하고 있는 ㈜성보지오텍은 20년에 걸쳐 발파분야의 기술개발과 현장경험을 토대로 기술력을 축적한 터널발파 엔지니어링업 전문기업이다. 특히 GTX-A, 순환고속도로 등 도심지 터널발파 설계 실적과 터널발파에 대한 많은 논문 기고, 기술 자문역 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성보지오텍 이태노 대표이사(사진)는 “도심지 터널발파 설계와 시공기준 마련으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발파설계를 통해 발파시공이 이뤄져 발파시공의 시행착오와 설계변경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며 “터널 발파진동추정식을 제시함으로써 설계과정에서 신뢰성 있는 터널발파 진동예측을 통해 발파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활한 발파시공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도심지 터널발파 시공에 대한 안전과 환경강화로 터널굴착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와 발파공사의 불안과 불신에 따른 민원해소가 가능하다”며 “발파진동을 건축물과 인체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세분화된 발파진동 기준을 정립해 발파설계와 발파시공 과정에서 발파진동 예측을 정확히 수행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발파진동으로 인한 피해방지와 민원을 최소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에서 발파는 국가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우리나라의 발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화약류를 이용해 건설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조물의 피해와 인명의 손상이 우려되는 기술인만큼 안전을 위해서라도 발파와 관련된 기준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터널 발파 설계·시공지침과 건축물과 인체 특성을 고려한 발파진동 기준의 세분화 정립된다면 민원 해소는 물론, 보다 안전한 터널 공사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