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시뮬레이션 기술은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시스템 설계)을 선행하고, 그 모델링된 시스템(설계된 시스템)을 운용해 계획된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이다. 특히, 디지털트윈, 국방, 재난, 안전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연계되며 시뮬레이션 기술이 확대됨에 따라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시뮬레이션 기술과 연계된 분야 중에는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컴퓨터 모델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물리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에 자원을 두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든다.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는 상호적으로 유사하지만 디지털트윈이 엔지니어링 관점의 접근에 초점을 맞춰온 반면, 메타버스의 경우 가상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모델링 시뮬레이션은 이 두가 지 분야의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으며, 특히 신뢰성 있는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기술영역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로, 현재 디지털트윈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모델링해 시스템화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획득하고자하는 결과를 도출해 스마트팩토리의 운용에 사용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조 원을 들여 군사 시뮬레이션(war game)을 만들어 효과적인 군대 배치 방안과 작전 효과도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신무기 체계 획득 시, 소요 제기에서부터 효과도 분석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수행함으로써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실제 실험에 수반되는 경제적, 환경적 손실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육군의 창조21, 해군의 청해, 공군의 창공, 해병대의 천자봉과 같은 워게임 시뮬레이터와 합동작전을 모의 실험하기 위한 연동체계를 마련해 직접적인 군대의 훈련을 최소화하면서 국방 정책 수립과 작전 효과도 분석에 적극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8년부터 시뮬레이션 기반 획득을 제도화해 신무기체계의 전체 획득과정에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국방 예산의 효과적인 집행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국가적으로 재난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100% 외산에 의존하던 대형 건물·복합시설의 3차원 피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등 재난안전에 대한 시뮬레이션 기술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의 경우, 대형 복합건축물 설계 시 재난·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사람의 피난 경로나 행태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3차원 피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100% 외산이다보니 우리나라 특유의 국민 체형이나 문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매가격도 턱 없이 비싸 상당수 건설사는 3D 피난 시뮬레이션 적용을 기피해왔다.
이제는 국산화한 3차원 피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하철 역 사나 초고층 건물, 대규모 쇼핑 몰 등 복합시설에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원 기반 공간정보를 활용해 피난 시뮬레이션과 화재 시뮬레이션, 피난 시뮬레이션에 쓰이는 인간 행동모델 등의 기능과 피난 안정성 검증 도구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공장자동화 환경에서 생산라인의 생산능력을 가늠하거나 최적화된 생산 라인의 구성에 시뮬레이션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생명과학과 항공우주 분야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과 너무 멀리 있거나 직접 수행하기에 어려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을 행하는 기술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시뮬레이션학회 이종식 회장(사진)은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시뮬레이션 기술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델링(시스템 설계)을 선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모든 분야의 사용자에게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게 하는 주체인 시뮬레이터를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에는 특정분야들의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해 특정 분야에 관심있는 누구나 시뮬레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고, 문화에는 시뮬레이터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공유 또는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후에는 다른 분야의 사용자도 특정분야의 시뮬레이터 플랫폼에 참여해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획득하고자 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시뮬레이션학회는 디지털트윈, 국방, 재난, 안전 분야 등을 포함한 특정분야들의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경진대회 주관, 해외 관련 학회와의 교류 등 시뮬레이션의 학술적 발전과 시뮬레이션 연구지원, 시뮬레이션 응용활성화 사업추진 등 실용적 기여도를 높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다양한 시뮬레이션 관련 산업체, 국방관련 기관, 관련분야 학회와 연합해 시뮬레이션학회가 시뮬레이션 관련 산업계, 학회, 의료, 국방,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정부, 연구기관, 산업체와 학계와 긴밀히 협조해 모델링 시뮬레이션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