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암호화폐 관계자들이 9월 24일을 주목하고 있다. 특금법에 따른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수리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특금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오는 24일까지 ISMS 인증과 실명계좌를 확보한 후 정부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통해 접수를 마쳐야 한다. 다만 원화 거래를 하지 않는 거래소의 경우, 실명계좌 없이도 ISMS 인증 획득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특금법 시행을 15일 앞둔 현시점에서 금융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극소수에 불구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63개 가상자산 거래소 중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는 21곳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업비트는 사업자 신고를 지난달 20일에 마쳐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빗썸은 오늘 심사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 코인원은 실명계좌 발급계약을 연장하며 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서 ISMS 인증을 획득한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잡코인 처분, 은행과의 관계, KYC 규칙 강화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코인빗은 원화 입금을 중단했으며 고팍스는 레버리지 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후오비 코리아는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업데이트를 실시해 모니터링 체계를 더 강화했다.
ISMS 인증을 획득한 9개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리자 긴급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에게 실명 계좌 요건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다만 보안 사고가 발생하거나 법률 위반 행위가 적발될 시에는 자발적으로 원화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부 거래소들은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을 경우에 따른 폐업 대책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해당 대책에는 영업 종료 7일 전 공지, 영업 종료 후 최소 30일 이상 출금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 거래소들은 세계 각국의 규제 방침을 선행적으로 따르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 가운데 한국에서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제로에 수렴한다. 대신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하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금융위는 해외 거래소들에게 ISMS 인증을 받고 사업자 신고를 하거나 원화 거래 중단, 한국어 서비스 웹사이트 운영 중단, 한국 마케팅 운영 중지, 한국 커뮤니티 폐쇄를 요구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특금법이 요구하는 해외 거래소 운영 가이드에 따라 한국어 지원과 한국인 대상 커뮤니티 운영을 중단했다.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한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낸스는 원화 거래 페어와 원화 결제 옵션을 즉시 중단하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바이낸스는 현지 규제를 사전 준수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한국인의 바이낸스 이용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원화가 아닌 바이낸스토큰(BNB)등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는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로 거래를 하거나 문의를 해야 한다. 바이낸스는 최근 싱가포르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바이낸스 외에도 FTX, 비트프론트, 게이트아이오도 지난달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해당 웹페이지에서 한글 서비스를 삭제한 동시에 한국어 커뮤니티 운영과 뉴스레터 발송 등을 중단한 것이다.
반면 페멕스는 한국 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과 고객 관리를 지속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한국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페멕스는 회원들에게 이번 특금법으로 인해 IP 정지로 홈페이지가 막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 지사까지 설립한 비트겟은 여전히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비트겟은 정부 정책 가이드라인에 최대한 협조하며 거래소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바이비트는 현재 지속적으로 규제와 뉴스 모니터링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비트는 원화 거래나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 서비스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와 금융위의 행보는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사업자 줄폐업 우려가 커지면서 야당과 업계(한국블록체인협회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일부)에서는 특금법 신고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특금법 유예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측은 기존 기한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정대로 오는 9월 25일부터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에게는 위법사실을 통보하고 추가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앞서 올해 한 차례 유예기간을 준 바 있으며, 지난 3월 25일에서 오는 24일로 1차 유예기간을 적용했던 것이다. 결국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인출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사업자와 이용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거래소들의 연착륙이 가능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