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고령화 사회 진입과 동시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관리 자체가 예방관리 중심의 보건 시스템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만성질환 발병률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아져 일상생활 속에서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심혈관 질환은 무엇보다 빠르게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번거롭고 느린 검사 과정으로 인해 검사 자체를 받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가정이나 직장 등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심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15분 내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현장진단 ‘바이오마커(biomarker) 자동 분석 기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TRI 복지·의료ICT연구단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심혈관 질환 발병 시 해당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마커 5종을 측정하는 기술로, 신호 증폭 기술과 고밀도 항체 고정화 기술, 회전 운동 기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서 바이오마커란 심혈관 질환 등 질환 발병 전 체내 이상 징후를 알아낼 수 있는 물질로 DNA, 단백질 등 지표를 말한다.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의 단계를 거쳐 발생하는데 혈액 내 약 30여 가지 마커 중 심혈관 질환 발병 시 증가한다고 알려진 CRP, D-dimer 등 5종 마커를 분석해 예측하는 방식이다.
복지·의료ICT연구단 박수준 단장(사진)은 “마커를 감지하는 기술적 원리로 바이오칩 표면에 고정된 고밀도 항체가 시료(혈장) 내 바이오마커를 잡아 특정 파장의 빛으로 바이오마커를 인지, 검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신호 증폭 기술은 바이오마커의 검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라며 “자동 분석 시스템 내 혈액 검사 전처리를 위한 원심분리 기능도 함께 구성해 회전 운동 기반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시료와 여러 모듈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측정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자동 분석 기기는 가정용 전자레인지 크기로 기존 상용화된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진단검사용 의료기기들은 대형병원 검사용으로, 부피가 크고 가격이 고가여서 보건소나 중소 병원 등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검사에도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질병의 중증도 판단에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촌각을 다투는 예비 심혈관 질환자가 1차 의료기관(의원, 보건소 등)에서도 사전검사를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어, 심혈관 질환으로 악화되는 확률을 감소시켜 예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현장진단을 바로 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분석기술인 것이다.
또한 이 기술은 만성질환 진단, 비만 관리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 활용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단장은 “올해 임상실험을 통해 자동 분석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고 시스템의 구조 설계를 최적화해 공간적 부담감을 더욱 줄이고자 한다”며 “자동 분석 기술에 사용되는 포획·검출 항체를 변경하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바이러스, 세균, 식중독 등과 관련된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단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대면 헬스케어를 지원하는 의료지능화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
박 단장은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헬스케어를 지원하는 의료지능화 핵심 기술개발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며 “ICT 선도기관으로써 인공지능(AI), ICT 기술을 접목해 의료와 복지 분야에 지능화된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