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그간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자립 역량 강화와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혁신대책’에 따라 이 분야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연구실(N-LAB), 국가연구시설(N-Facility), 국가연구협의체(N-Team) 등을 일컫는 ‘국가 연구인프라(3N)’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소·부·장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실과 연구시설의 역량을 모아 핵심 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 수행과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방침이었다. 특히 핵심기술의 융합을 통해 소재의 설계·구현, 개발된 소재의 부품화를 위한 공정확보, 시스템 구현·검증으로 이어지는 소재·공정·시스템을 패키지로 지원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2년간 지속, 올해 또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중 초창기부터 N-LAB으로 선정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 디스플레이 패널기술 연구실은 그간 다양한 기업 지원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낳았다. ETRI는 연구원이 갖춘 연구시설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유연한 기판·금속 배선, 유연한 박막 트랜지스터(TFT) 회로, 유연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등 기업이나 대학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핵심 공정과 시제품 제작을 돕는 시범서비스를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본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 또한 N-Lab을 통해 소·부·장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서비스 체계를 안정화하면서 더욱 많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 이정익 본부장(사진)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 이정익 본부장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가 N-LAB으로 선정된 배경은 무엇인지
정부에서는 2019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의 추진전략으로 국가 R&D 역량 총동원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서 3N(N-LAB, N-Facility, N-TEAM)을 선정했습니다. 우리 본부는 20년 이상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 개발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N-LAB에 신청해 선정됐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기술 연구실(N-LAB)은 디스플레이 백플레인에서부터 OLED·반사형 소자/패널까지 일괄공정이 가능하며, 이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소·부·장 기술개발·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년간의 성과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간략히 설명 바란다
본부에서는 소·부·장 이슈가 있기 전부터 기업들로부터 기술지원에 대한 요청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소·부·장 이슈는 이를 조금 더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며, 저희 N-LAB에서는 소·부·장 기술자립 지원 시범서비스를 통해 3개 기업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동진쎄미켐에서는 OLED용 박막봉지용 유기소재, 주성엔지니어링에서는 OLED 광추출 박막 제조장비, 엠에스웨이는 OLED용 신규 투명전극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소자/패널 평가 등의 저희 N-LAB의 기술지원을 통해 제품화에 근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기업지원 시 본부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과 여타 N-LAB과 다른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ETRI N-LAB은 20년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제조하기 위한 TFT 백플레인 공정에서부터 OLED 등의 프론트플레인 공정까지의 일괄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단위공정을 지원하거나 장비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소자/패널이 제조되는 전체공정을 기반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다른 기관에서는 찾기 어려운 저희 N-LAB만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LAB으로 선정, 기업을 지원하면서 느낀 점은
본부에서는 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왔기에 기업지원에 대해서는 조금은 낯선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소속 연구원들이 소·부·장 이슈에 대해 우리와 같은 출연연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시간의 일부를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술지원에 할애해 원활하게 기업지원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기업지원에 인력과 예산이 사용되는 만큼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 제한된 수의 기업을 선정할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선정되지 않은 기업에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예산 지원이 확대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이와 관련 계획은
올해에는 N-LAB에 대한 우리 기관의 예산지원이 늘어날 예정입니다. 이에 맞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욱 확대된 기술지원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디스플레이 일괄공정을 기반으로 한 기술지원을 배로 늘릴 뿐만 아니라 단위공정 기반의 기술지원도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N-LAB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교육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예정이고, 우리 N-LAB을 중심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본부 본연의 임무인 원천기술 개발을 수행하면서 적정 수준의 기술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