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최근 경제적, 시간적, 효율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발생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실제 시스템을 모형화해 컴퓨터상에서 미리 실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simulation)’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은 항공기의 조종사 훈련용 시뮬레이터나 가상현실 기술이 대표적으로 손꼽혀 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상황을 간단하게 축소한 모형을 통해 실험을 하고 그 실험결과에 따라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기법으로, 과거 주로 군사 훈련 목적으로 사용돼 온 것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최근 연구 등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며 그 모습을 달리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기계, 로봇, 헬스케어, 에너지 등에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은 시뮬레이션의 대표적 활용사례로 꼽을 수 있다.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에서 장비, 시스템 등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파악해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제조·생산 분야에 사용될 경우 생산성 향상, 장비 최적화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가상설계센터는 출연 연구원 유일 M&S(Modeling and Simulation) 기반의 기업지원을 수행 중이다.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HW/SW)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제품․부품․공정의 획기적 성능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시뮬레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연구‧개발 및 기업지원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가상설계센터 김명일 센터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 전망과 관련 활용 분야는
시뮬레이션은 문제의 종류와 복잡도에 따라 1주일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적용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ROM(Reduced Order Model) 기술은 복잡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위해 필요한 계산 시간과 저장공간을 줄이기 위해 고품질의 동적 모델에서 필수 정보만을 보존한 모델입니다. 시뮬레이션 기술 기반의 ROM을 개발하면 성능예측, 최적화, 고장예지진단 등의 분야에 실시간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디지털트윈 구축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상설계센터에서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바란다.
가상설계센터는 M&S 분야 중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구조해석(Structural Analysis), 동역학(Dynamics)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합니다. 전산유체역학 분야는 기계, 항공, 자동차, 토목 등 유체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구조해석 분야는 기계 구조물 또는 부품의의 강성, 응력분포, 변형량 등을 평가하는데 활용됩니다.
또한 기계 시스템의 거동 등을 분석하는데 활용되는 동역학 분야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ANSYS, ABACUS, DAFUL 등의 상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엔지니어링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현재 센터에서 수행 중인 ‘슈퍼컴퓨팅 M&S 기술지원 사업’은 무엇인지.
가상설계센터는 대기업에서부터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술지원 대상 제품 또한 자동차, 플랜트에서부터 기계부품까지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설계센터는 기술지원뿐 아니라 쉽고 편리하고 무료로 배포할 수 있는 M&S 소프트웨어인 HEMOS(High performance Engineering MOdeling and Simulation)를 자체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HEMOS는 오픈소스 솔버를 활용해 개발됐으며, 열유동 분야를 위한 HEMOS-Fluid와 구조분야 시뮬레이션을 위한 HEMOS-Structure로 구성됐습니다. 이와 함께 HEMOS-HVAC(공기), HEMOS-BRKT(브라켓), HEMOS-TUBE(튜브 삽입-이탈) 등의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 HEMOS-FLuid, HEMOS-Structure, HEMOS-HVAC은 GS인증 1등급을 획득해 신뢰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소프트웨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M&S 관련 자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위해 고성능 컴퓨터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방식의 HEMOS-Cloud를 구축해 서비스 중입니다. 국내 유일의 슈퍼컴퓨팅 기반 M&S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인 HEMOS-Cloud를 활용하면 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가 가상설계센터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에 한해 ANSYS 등의 상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를 기반으로 구축돼 PC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HEMOS-Cloud는 국내 140여개 기관 330여명의 연구자들이 활용 중입니다.
사업과 관련 아쉬운 부분과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난 15년 동안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M&S 활용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한번이라도 M&S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계속해서 M&S를 활용하게 되지만, 활용 경험이 없는 기업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M&S는 어렵다는 편견이 깊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즉, M&S를 활용한 성공사례들을 많이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기업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센터에서 개발 중인 기술, 눈여겨보고 있는 활동 분야는 무엇인지.
우선 AR/VR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의 가시화입니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AR/VR 기술을 이용해 가시화하면 공기청정기 효과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상설계센터는 대용량의 시뮬레이션 결과 데이터 크기를 90% 이상 줄여 모바일 장비에서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제조공장, 플랜트 등의 데이터를 수집, 정제, 저장,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IIoT(Industrial IoT)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모니터링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의 고장예지진단(PHM)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전통적인 M&S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시뮬레이션 기반의 물리 트윈(Physics Twin)과 IIoT 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트윈(Data Twin)이 맞물려 돌아가는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신뢰성 높은 ROM 기술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 제조뿐 아니라 안전, 식량, 에너지, 의료 분야 등의 다양한 사회현안 해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