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주도 하에 연구기관과 기업의 협업으로 현재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대 품목은 어느 정도 국산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기타 주요 품목들에 대해서도 곧 국산화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상관없이 국산화 등 주요 소재 다변화 전략 추진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상황과 같은 향후 생산 차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변화는 필수적으로 진행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 연구개발(R&D)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양산 라인에 EUV가 도입돼 관련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소재·부품·장비 저변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재혁신선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나노(㎚)급 이하 반도체 노광공정용 EUV 흡수 및 투과 소재기술’ 개발 과제를 5년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로 꼽히는 EUV 노광 공정에 필수인 소재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골자다.
과제 참여 기관들은 개화 단계인 EUV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EUV용 블랭크마스크와 EUV 펠리클 원천 기술 개발에 나선다.
블랭크마스크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마스크에 회로 모양을 새기기 전 평평한 상태의 마스크를 말한다. 투과 방식인 불화아르곤(ArF) 노광 공정과 달리 EUV용 마스크는 모든 물질에 쉽게 흡수되는 성질을 가진 EUV 광원을 반사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현재는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세계 1위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한 만큼 전도유망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과제인 EUV 펠리클 개발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융복합전자소재연구센터가 총괄을 맡았다.
EUV 펠리클은 마스크가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덮개를 말한다. 펠리클을 사용하면 불량률이 감소하고, 마스크 교체 횟수가 줄어들어 비용이 줄어든다. 소재 기술인만큼 EUV용 제품 상용화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융복합전자소재연구센터 유찬세 센터장(사진)은 “향후 반도체 공정에서는 기존 광원(195nm) 대비 파장이 14분의 1이하로 작은 EUV(13.5nm)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EUV에 대응 가능한 마스크와 마스크를 보호할 수 있는 펠리클 소재가 필요하다”며 “본 프로젝트의 목표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마스크 소재와 펠리클 소재를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의존도를 최소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전자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유무기 소재, 융복합소재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 연구 범위는 소재에 그치지 않고 소재를 적용한 부품, 일부 제품에까지 이르고 있다. 유전체, 자성체 소재, 3D 프린팅용 고분자 소재, 그래핀 박막 소재 공정 등 그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유 센터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몇 개의 품목을 국산화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재, 부품관련 기반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정부와 산학연이 힘을 모아 개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며 “우리 센터에서는 앞서 소개된 EUV용 소재 기술 뿐 아니라 일본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된 4∼5가지 품목에 대해 기술개발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센터장은 국내 소재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제로 협업과 공동연구를 꼽았다. 소재는 그 자체로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과 모듈을 제작하기 위한 중간 결과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요기업과의 협업,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유 센터장은 “국가적으로 국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소재가 사용될 수 있는 분야의 산업과 긴밀히 연결해 육성해야 한다”며 “소재기업과 부품, 시스템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노력을 연구원 같은 공공 기관들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보유한 특허, 기술 등을 기업에 이전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전사업, 기업의 요청에 따라 기업과 연구원간 계약으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수탁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과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센터에 구축되는 각종 장비들이 실제 기업에서 제품화하는데 사용되는 장비 수준에 상응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되는 기술이 바로 현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실험실 등 업무 공간에도 인력을 파견하는 등 적극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소재 기술은 기반 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력이 뒤쳐질 경우 부품, 시스템 등 상위 value chain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따라서 단기간에 사업화돼야 할 소재분야와 중장기적으로 멀리보고 개발해야 할 분야를 선별해 그에 맞는 연구 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소재개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소재 자체의 특성에 따라 여러 트랙의 연구 과정이 있기 때문에 연구사업 수주, 평가, 결과 관리 등도 이에 적합하게 차별화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