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수소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 속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22년 11월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 활용 확대에 나섰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내 수소 수요는 2020년 약 20만 톤에서 2050년 약 2,790만 톤으로 무려 14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30년 이후에는 수소를 기반으로 한 발전 분야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인프라’의 신속한 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수소는 화학적으로 극히 가볍고 인화성이 강하며, 고압으로 저장되는 특성상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안전’은 수소경제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아무리 수소 사용이 늘어나더라도 그 기반이 되는 안전기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2024년 2월 기준 기체 수소충전소 310기, 액화수소충전소 7기 등 총 317기에 달하며, 정부는 2030년까지 660기, 2040년까지 1,200기의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수소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개별 충전소 운영 사업자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문종삼 에너지안전PD(사진)는 “수소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안전기술들이 KGS Code 등 국가표준으로 자리 잡아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수소안전 기술개발 R&D 사업을 추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기 기반의 안전기술 개발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수소충전소, 장거리 고압 배관, 액화수소 저장설비 등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시설·부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종삼 PD는 2020년 3월부터 에너지안전 분야의 책임PD로 활동하며 수소안전 R&D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동안 총 18개 과제를 기획하고 총괄해 왔으며, 현재는 2025년 종료를 목표로 한 9개 중점과제를 포함해 다양한 사업들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 중이다.
특히 수소안전 분야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액화수소 저장탱크 및 압력용기의 진공·단열 성능평가 기술개발’이다. 이 기술은 -253℃에 달하는 액화수소 환경에서 저장탱크와 부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장치 구축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국내기업들이 생산한 저장탱크, 용기, 탱크로리, 기화기, 긴급차단장치 등 주요 제품의 성능시험과 인증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시험장치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액화수소 검사지원센터’로 이관돼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번째는 ‘기체 수소충전소용 고압 저장탱크의 수소취성 및 내부 결함 탐상 검사장치 개발’이다. 수소취성(Hydrogen Embrittlement)은 수소가 금속 내부로 확산돼 재료의 연성과 강도를 저하시켜 파괴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수소 저장 탱크나 압력용기의 치명적인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되는 비파괴 검사장치는 저장탱크 내부의 이물질, 부식, 미세균열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는 9개 과제도 눈길을 끈다. 기체수소 충전소 관련으로는 △수소저장탱크의 수소취성 안전성 검사기술 △탱크 내 이물질·부식 탐상 기술 △수소 전주기 통합 위험성 평가 프로그램 △수소충전소 화재·폭발 시 피해 저감 방호벽 설계 기술 △고압압축기의 성능평가 가이드라인 개발 등 총 5개 과제가 있으며, 이들 과제는 2025년 4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액화수소 분야에서도 총 4개의 과제가 2025년 연말까지 진행된다. △액화수소 저장탱크/압력용기의 진공·단열 성능평가 및 안전기준 개발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핵심부품의 압력·온도·유량 기반 성능검사 기술 △충전소 설계 및 운전단계 안전성 검증을 위한 사전진단 프로그램 개발 △1,000kg/day 급 대용량 액화수소 충전소 설계·시공·운전기술 및 안전기준 실증화 과제가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현재 3차연도 사업으로 추진 중인 천연가스 배관망 수소 혼입 안전검증 및 시설기술 개발 사업은 연소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20% 수소 혼입 시 성능검증을 위한 시험장치 21종을 개발하고, 내구성 테스트베드(Test bed)를 조기 구축해 실증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2026년 신규사업으로 기획 중인 ‘장거리 고압수소 배관망의 고안전성 확보 및 AI 기반 안전관리 기술개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고압수소 배관망의 누출, 균열, 피로 손상 등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지능형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산업부, 과기정통부, 기재부) 및 국회 심의과정을 통해 예산 반영이 추진되고 있다.
문종삼 PD는 “에너지안전 PD로 일하면서 수소안전기술개발의 중요성과 함께, 현장에 있는 연구진들의 노고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수소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도록 더욱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R&D 협의체 구성, 정기 기술소통 회의, 현장 기술컨설팅 등을 통해 산·학·연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을 조성하는 데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