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과 물리적 시뮬레이터의 융합, 정밀한 홍수위험도 예측한다
AI과 물리적 시뮬레이터의 융합, 정밀한 홍수위험도 예측한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4.07.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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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기후변화에 의해 매년 홍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종합적인 데이터 분석, 그리고 첨단 기술의 활용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문학에서 사용되는 모델은 홍수를 유발하는 강우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출(홍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모델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수문해석방법으로는 이전 까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사상을 모델을 통해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위험도(risk)를 평가하고 지역별 위험수준을 설정한 후 일정 수준의 피해정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홍수위험도를 평가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강우량, 유출량과 같은 전통적인 수문학적인 데이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지, 어떤 중요한 시설이 있는지, 홍수 방어를 위해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 과거 홍수피해를 입은 시설과 지역, 그리고 당시 피해액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홍수위험도 해석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첨단 기술은 홍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기상 데이터, 수문학적 데이터, 지리정보 데이터, 인프라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AI, 머신러닝, 분포형 강우유출 모델, 원격 탐사, IoT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정교하고 신뢰성 있는 홍수 위험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경탁 박사 연구팀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Open Source GIS 프로그램인 QGIS기반에서 운영 가능한 모델들을 개발해 오고 있다. 관련 프로그램, 매뉴얼, 참고자료, 교육용 동영상 등은 GitHub(https://github.com/floodmodel)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는 강우-유출 사상과 연속형 유출을 모의하기 위한 격자 기반의 물리적 분포형 모형 GRM(Grid based rainfall-Runoff Model)을 2008년부터 개발해 실용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모형은 한강홍수통제소의 홍수예보모형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세계기상기구(WMO)에서 홍수 예측 및 조기 경보 시스템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모델 중 하나로도 소개하고 있는 모델이다.

또한, 2017년부터 격자 기반의 2차원 지표면 침수해석모형인 G2D(Grid based 2-Dimensional land surface flood model)을 개발하고 위성강우를 이용해 수문관측자료가 부족한 대규모 미계측 유역모델링에 활용되고 있다.

GRM, G2D 모형이 홍수해석을 위한 수문학적 물리 모델이라고 한다면, 연구팀이 개발한 K-FRM(Korean-Flood Risk assessment Model)은 이러한 홍수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도의 크기를 금액으로 환산해 제시할 수 있는 정량적 홍수위험도 평가 모형이다. 이 모형은 기존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사용상 문제점이 많았던 다차원법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현장조사 및 국내 손해보험회사(현대해상, LIG)에서 보유하고 있는 4만건 이상의 자료를 이용하여 국내 실정에 맞는 손상함수(damage function)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QGIS에서 운영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또한, K-FRM에서 사용되는 인벤토리(inventory) DB에 대한 정보를 K-CDMS(Comprehensive Data Management System)을 통해 일반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최근 2022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수자원부분)에 반영돼 국내 장재홍수피해액 산정을 위한 기본 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김경탁 박사 연구팀은 주요사업 ‘지역 특성을 반영한 홍수관리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그동안 개발된 GRM, K-FRM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AI 기반의 물리적 시뮬레이터를 융합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내륙과 수문지형학적 특성이 매우 달라 홍수예보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인구 70만의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기존에 개발된 GRM와 K-FRM을 제주도 특성을 반영해 보완하는 작업과 동시에 AI을 이용한 홍수위험도 평가와 예측 기법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최근 홍수위험도 예측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홍수위험도 예측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는 일반적인 강우, 수위, 유량과 같은 시계열 데이터(time series data)뿐만 아니라 비시계열 데이터(cross-sectional data)를 포함하는 panel data이다. 통계학적 시계열 예측(ARIMA, SARIMA 모형 등) 및 LSTM과 같은 AI 예측 방법의 경우 해당 지점의 시계열 예측만 가능하고 주변(neighbors)의 수문지형학적,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영향을 모의에 반영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경탁 선임연구위원(사진)은 “실제 도시침수 피해의 발생 가능 지점은 하천망, 하수관망, 특정 도심지 저지대 등 모델에서 고려한 특정한 분석 지점뿐만 아니라 주위 불특정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즉, 시계열 데이터와 비시계열 데이터로 구성되는 도시침수 위험 영향 인자를 모두 반영하고, 불특정 지점에서 발생하는 침수피해의 위험도를 모델링하기 위해서는 인접 노드(adjacent nodes) 및 인접 엣지(adjacent edges)의 영향을 고려할 수 있는 GNN(Graph Neural Network)과 같은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실무에서 홍수위험도 예측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공지능 기법들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인공지능 기법들을 활용하게 되면 과거에 비해 더욱 정교한 홍수위험도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국토교통부의 하천에 관한 사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며, 기존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던 댐·보 운영과 하천관리의 수량 업무를 물환경과 생태관리의 수질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로 이관돼 수량·수질부분에 대한 일원화는 완료됐다.

하지만, 수량과 수질 이외의 물관리 업무의 경우, 행정안전부가 수재해(水災害),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수, 해양수산부는 연안·하구, 산업통상자원부는 수력발전을 담당하는 등 여전히 여러 부처에서 분담하고 있어, 물관리 업무 효율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태이다.

또한, 홍수위험도는 위해성, 노출성, 취약성, 대응능력 요소로 이뤄지는데, 현재 환경부는 국가와 지방 하천에 대한 정비(capacity 항목 중 일부)과 주로 위험성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나머지 항목은 국토부(도시계획), 행안부 등에서 관리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AI 홍수위험도 관리 측면에서 보면 강우(환경부소속 기상청), 하천(환경부)은 한 부서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홍수가 발생했을 때 조사되는 홍수피해와 침수흔적도 등의 관리는 행안부와 지자체 소관으로 분리돼 있다.

즉, AI를 이용한 홍수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홍수위험도에 대한 평가가 우선시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홍수피해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침수흔적도와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세 공공시설피해, 사유시설 피해 자료가 그것이다.

이런 자료들이 AI 홍수위험도 예측을 위한 기본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보다 정밀한 홍수위험도 관리를 위해서는 홍수발생의 원인인 위해성(hazard)항목뿐만 아니라 노출성, 취약성, 대응능력 데이터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시대에 한정된 예산으로 점점 심해지는 재난에 대한 최적의 예방과 대비를 위해서는 모든 지역을 일률적으로 정비할 수 없기 때문에 홍수위험도 평가를 통해 발생가능하고, 발생 시 피해가 큰 지역 등을 평가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해 정부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에서 관리되고 있는 자료를 홍수위험도 관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게 조사·정리·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 홍수와 관련된 관계부처인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환경부, 행안부 등 관계 부처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올바른 홍수위험도 관리 업무가 수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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