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수소와 양수, 탄소세 시대의 새로운 기회

2025-01-13     공학저널

2025년, 미국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을 시행한다. 이 제도는 초기에는 철강과 시멘트 등 일부 원자재를 대상으로 하지만, 2027년부터는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 같은 완제품으로 확대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수출 경쟁력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기업들은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에 허덕일 것이다.

지금은 폭풍이 눈앞에 다가오는데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석유 및 석탄 제품, 화학 제조업을 중심으로 약 2조 7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여전히 한국의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에너지 자급률은 고작 4%. 나머지 96%는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석탄은 발전 비용을 낮추는 데 유리해, 오랫동안 선호되어 왔기에 국제 사회의 탄소 중립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탄소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한국 경제는 화석연료 의존이라는 낡은 발목에 사로잡혀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태양열,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있지만, 아직은 설치 부지 부족, 주민 반대, 낮은 효율성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상황에서 수소 에너지와 양수발전은 한 줄기 빛과도 같다.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어줄 열쇠이기도 하다.

수소 에너지는 한 마디로 ‘청정에너지의 보석’이라 불릴 만하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생성하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수소 차량과 수소 충전소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요처와 공급망이 부족해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수소 관련 인프라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수 슬러지와 같은 기존 자원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대중교통 수단에 공급한다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독창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 인프라를 넓히면 한때 디젤차가 대한민국 도로를 점령했던 것처럼, 수소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가 있다.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디젤차를 선호했던 것은 결국 가격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수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에너지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양수발전은 좀 더 경제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모델이다. 양수발전(Pumped Hydroelectric Storage)은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에너지 저장 기술이다.

간단히 말하면, 낮은 전력 수요 시간대에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에너지 저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도 탁월하다.

하지만 현재 양수발전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이는 마치 좋은 선수를 벤치에 앉혀 두고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과 같다. 정부는 양수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양수발전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기존 신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는다면,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바람직한 융복합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시대는 누구나 알다시피 단독 기술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스마트폰처럼 온갖 기술이 융복합해야만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각각의 기술이 단독으로 있을 때는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이었지만 융복합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탄소세 도입은 한국에 있어 위기이자 기회다.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은 탄소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여정을 함께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탄소세 감면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도입 비율 완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전환 기술 지원 등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수소 에너지와 양수발전은 단순한 대안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을 선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소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양수발전이 밤낮으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모습은 단지 상상이 아니다. 지금도 정책의 변화에 따라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는 미래다.

지금은 단순히 변화의 필요성을 논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다. 수소와 양수발전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국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탄소 중립 시대의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태양열발전은 중국에 상대도 되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허덕이다 결국 관련된 국내기업들의 많은 수가 도산했다. 국내 유일 태양열 잉곳, 웨이퍼 생산업체였던 한 기업은 파산 후 공장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누구도 공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축구팀에 연봉이 낮으면서도 꾸준히 골을 넣어주는 선수가 있었지만 그가 늙었다면 새로운 선수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몸값만 높고 골을 넣지 못한다면? 차라리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혹시나 감독이 유망주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꾸준히 주면 금방 대형 스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