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산업 발전 위해, 공간정보 민간 개방 확대 필요…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공간정보는 이미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프라이며, 우리 사회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공공 영역에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토지, 도시계획, 건축, 시설물 관리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에 공간정보가 활용되고, 민간 영역에서는 시민들의 일상에서 차량 네비게이션이나 맛집 또는 여행지 검색 등 위치기반서비스에 공간정보가 이용되고 있다.
공간정보는 데이터 인프라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정보기술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플랫폼으로써 공간정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구글어스와 구글맵이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공간정보는 단순한 지도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트윈, 스마트건설, 자율주행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게 확대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1998년 창업한 구글이 검색엔진으로 사업에 성공하자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키홀(Keyhole)이 보유한 구글어스를 2004년 인수하고, 2005년 구글맵을 출시한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약 25%가 지도나 방향 등 위치정보를 검색한다는 사실에서 미래의 공간정보 가치를 내다봤으며,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에도 정밀도로지도와 같은 공간정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공간정보가 기반이 되는 여러 미래 산업을 예견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구글의 막대한 구글맵과 구글어스에 대한 투자는 이후 구글맵을 플랫폼으로 우버(Uber), 그랩(Grab), 에어비엔비(AirB&B), 포켓몬고와 같은 유니콘 혹은 데카콘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이것이 공간정보가 국가 발전과 기술 개발을 위해 매우 중요한 데이터 인프라인 이유라 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히어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구글맵과 같은 플랫폼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공간정보를 활용한 무한한 확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으로 인해 긍정적이지 못한 한계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이 규제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국가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은 공간정보의 종류를 항공사진, 위성영상, 수치지형도, 해양공간정보, 기타 공간정보로 분류하고, 형태에 따른 각각의 공간정보를 비공개, 공개제한, 공개로 구분해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국토교통부 내부 보고문건에 따르면 이중 비공개가 17%, 공개제한 47%, 공개가 약 36%로, 민간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정보는 국가공간정보센터에 등록된 전체 공간정보의 약 36%로 한정돼 있다.
민간 기업이 공간정보를 이용한 서비스의 개발과 비즈니스를 위해서, 또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공개제한 공간정보의 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즉, 공개제한 공간정보의 개방 없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간정보 산업 또는 공간정보를 이용하는 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정책연구센터 서기환 연구위원(사진)은 “2010년대 초반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이 정부기관에 배포돼 규제를 한 이례로 산업과 연구 커뮤니티에서는 공간정보 규제 완화를 계속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 규정의 ‘기본지침’을 만들고 관리하는 국가정보원의 입장은 완강하며, 산업계가 조직적으로 민간 개방을 시도한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2010년 전후의 기술 수준으로 만들어진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이 기술발전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국가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을 완화한 사례는 있다”며 “그 예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정밀도로지도의 구축과 활용을 위해 항공사진의 해상도를 50cm에서 25cm로 완화한다거나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영상의 해상도를 4m에서 1.5m로 완화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연구 측면에서는 2019년 서 연구위원이 ‘공간정보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환경 개선 방안’ 연구가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다룬 첫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2020년에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개정을 추진해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그 이유는 공간정보 서비스 수요자가 원하는 근본적인 문제, 즉 원시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는 여전히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공간정보 융합산업 활성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에 관한 내용은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19년 연구에 이어서 서 연구위원은 현행 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과 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이 과학적 근거 없이 설정됐음을 밝히고, 국내외 공개된 공간정보를 조합해 기존 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에 따른 규제가 실효성이 없음을 밝히고자 올해 ‘공간정보의 민간 개방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중국, EU 등 국외 관련 사례 조사에서 얻은 시사점을 더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역차별 받지 않는 새로운 공간정보 세부분류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서 연구위원은 “최근 공간정보 보안심사를 받은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공간정보 안심구역을 이용하는 기업과 개인의 숫자가 600건 넘은 것만 봐도 공간정보가 민간에 개방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공간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통해 공간정보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러한 공간정보 산업의 발전은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공간정보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을 만들어 현실 세계와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VR/AR),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해 공간정보 분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의 발굴과 산업발전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다만, 공간정보는 도로나 철도와 같은 하드 인프라와 달리 대중들에게 표면적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다소 저평가된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 연구위원은 공간정보 정책 연구자로서 공간정보의 가치와 활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안녕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작은 소망이자 목표로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