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안전성·보안성 확보가 관건
자율주행차는 드라이버의 주행조작 개입정도에 따라서 6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양산차에는 이미 차간거리제어, 차선유지지원 등 특정한 자동화시스템이 적용(레벨1)되고 있으며 2개 이상의 자동화시스템이 통합되는 자동차(레벨2)는 많은 자동차사들이 양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를 넘어 제한된 조건에서 드라이버가 주행조작에 개입하지 않고 눈을 뗄 수 있는 레벨3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최근 공도로에서의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혼다, 아우디, 벤츠 정도가 양산모델을 출시한 상황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장소를 한정한 레벨4와 장소를 한정하지 않은 레벨5로 분류된다. 이는 탑승자가 목적지를 입력만 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을 하는 수준으로, 자동차와 주행환경에 대한 기술은 물론, 인프라 정비, 사고발생시 법적 책임, 보험 등의 문제까지 완벽히 해결돼야 상용화·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가장 큰 이슈이자 상용화·실용화의 걸림돌이되고 있는 것은 바로 책임의 문제다.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된다면 사고수는 극단적으로 감소하게 되지만, 자율주행차에 의한 사고수가 0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경우, 제조사는 형사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소 이재관 연구소장(사진)은 “제조사의 형사책임은 자동차산업에 강한 위축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실용화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실용화되면 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책임을 두려워한 나머지 상용화·실용화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제도적으로도 자율주행시스템이 법적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자동차사가 사고의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확률은 원칙적으로 없다고 판단된다”며 “예외로 자율주행시스템에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합리적인 기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기간경과 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제조사의 담당자가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법적 문제를 논할 때 법률가와 철학자들이 즐겨서 언급하는 화제는 ‘광차문제’이다. 예를 들어 제어 불가능으로 폭주하는 광차가 이대로라면 전방에 있는 5명의 작업자를 치어버리고, 다른 노선으로 변경하면 5명의 작업자는 살 수 있지만 다른 노선에서 작업 중인 1명의 작업자를 치어버린다는 선택적 윤리의 사고실험이다.
이러한 자율주행차의 광차문제는 내외의 법학자와 철학자가 다양한 논고를 발표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광차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따라야 하는 우선순위가 국제법으로 통일돼 결정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작동이 메이커나 차종에 따라 다르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위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위기상황에서 법이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했다면 해당기업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국내법이 정비돼야 한다. 그러면 위기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차량내 인간의 안전, 차량외 인간의 안전, 자차의 안전 등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또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표준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 관련 국제표준으로 안전성에 대한 표준은 기능안전(ISO 26262), 사이버보안(ISO 21434:2021), SOTIF(ISO 21448:2022), OTA(ISO 24089:2023) 등이 지속적으로 제정돼 왔다.
최근에는 ISO TC22 SC33 WG9을 통해 시나리오 기반의 자율주행 테스트 표준이 제정되기 시작해 ISO 34502(Test scenarios for automated driving systems – Scenario based safety evaluation framework), ISO 34503(Taxonomy for ODD), ISO 34504(Scenario Categorization) 등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설계하고 검증하는 방법을 규정한 ISO TR4804, ISO TS5083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시스템의 데이터 의존성이 높아지는 등 이러한 다수의 정보를 활용하면서 자율주행시스템의 데이터·아키텍처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되지만 그 때 성능과 안전성 확보관점에서 안전설계, 보안대책, 해당대책을 평가하는 기술이나 평가환경의 정비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자동차는 한 나라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지역에서 이용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규격과 법규가 달라서는 자율주행차의 보급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에 대한 표준과 법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가 필수적이며, 자율주행차 스스로 다른 자율주행차와 정보를 공유하는 커넥티드카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주변의 상황뿐만 아니라 Vision, Lidar, Radar, IR 등 서라운드센서로 확보된 넓은 범위의 교통상황을 파악해 보다 고도의 자율주행차를 실현할 수 있다.
이 연구소장은 “자율주행차 간 정보 공유는 안전성 관점에서도 지연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향후 차세대 통신의 정비나 전용 기지국 안테나의 설치 등을 추진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또한, 충분한 통신 인프라와 해킹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심·안전한 자율주행차의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형 모빌리티 네트워크 사회 실현을 위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실용화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AI)의 진화이며, 현재까지 드라이버가 하던 모든 차량제어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를 정확하게 제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불규칙한 대응이 필요한 장면이 다수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진보된 능력과 인간과 같은 감정적·윤리적 판단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의 실현에는 표준과 법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술적 한계를 우선적으로 극복해야만 다음 단계를 밟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의 실용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연구원/자율주행기술연구소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실용화를 위한 기본방향으로 자율주행차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과 사업화의 양면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나 인프라를 보충하면서도 최신기술을 이용한 실용화를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며, 그러기 위해서 차량측의 성능이 주행환경의 복잡성을 뛰어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주행환경의 복잡성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성능의 유형화·지표화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의 선택, 필요한 성능의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지표화를 기초로 자율주행시스템이 기능해야만 하는 특정한 설계조건인 한정영역(ODD : Operational Design Domain)이 복잡한 주행환경을 포함하도록 확대시켜 나가고 자율주행기술의 진화방향으로는 다양한 교통상황에서 완전자율주행 가능한 기술의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실용화를 염두에 두고 성능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자율주행시스템 연구개발을 ‘ODD-RSD 기반 자율주행시스템 연구개발전략’으로 정의해 논리성, 정확성, 실현성, 신뢰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