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흙막이 공법 융합한 Hi-PHC 공법, 안전성·경제성 확보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최근 도심지의 지하공간 개발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지하 안전사고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하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반굴착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가시설 흙막이 공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도심지 가시설 흙막이 공법으로는 강성이 요구되는 벽체 성능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시공 사례가 많아 CIP 공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CIP 공법은 습식공법이라 철근망을 조립하고 레미콘을 타설하는 작업이 현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펌프카를 사용해 레미콘을 타설하는 경우에도 굴착 깊이가 깊어지면 골재분리가 필연적으로 발생해 시공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특히 지반 조건이 나쁘거나 지하수 유입이 많은 경우에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케이싱 인발 때문에 레미콘의 양생이 이뤄지기도 전에 콘크리트가 토압을 받게 돼 품질에 대한 신뢰는 애초에 불가능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흙막이 벽체를 형성할 때 파일 전체를 PHC PILE로 대체해 시공하는 공법이 개발돼 공기단축이나 품질관리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All-PHC 공법의 시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띠장을 용접 연결할 수 있는 뼈대가 없어 간혹 흙막이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습식 공법인 CIP 공법의 품질 불량과 건식 공법인 All-PHC 공법의 안전 취약성을 극복하고자 두 공법을 융합해 철근망이 들어가는 CIP PILE은 PHC PILE로 대체하고 H-PILE은 띠장의 연결을 위해 그대로 사용한 ‘Hi-PHC 공법’이 개발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두 공법을 융합한 Hi-PHC 공법은 두 공법의 단점을 손쉽게 극복하고, 반대로 두 공법의 장점을 극대화했으며, PHC PILE의 사용으로 All-PHC 공법의 공기단축과 품질관리를 이뤄내고 H-PILE을 활용해 CIP 공법의 구조 안정성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이 Hi-PHC 공법을 개발한 ㈜더숲디엔씨는 지난 2016년 설립이래 토공사, 발파공사, 부동산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토공사 전문기업이다. 특히, 흙막이공법과 미진동 발파공법에 특허를 보유해 시공을 하고 있으며, 마곡지구와 문정동을 시작으로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Hi-PHC 공법은 더숲디엔씨 하영판 대표이사(사진)가 오랜 기간 현장에서 흙막이 공사를 수행하면서 흙막이 공사의 시공과정에서 발생되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을 구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현장 시공 실적을 만들어 검증하고, 학계의 교수들과 학회, 연구원에서 연구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고 구조계산 프로그램에 탑재하게 되면서 공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하 대표는 “수주만 하면 원가 목표가 달성되던 시기를 지나 건설산업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때 마곡에서 All-PHC 공법을 접하게 됐다”며 “처음엔 PHC PILE이라는 발상에 대해 놀라웠지만 시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점을 알게 됐고, 이를 극복하려는 몇 가지 아이디어가 Hi-PHC 공법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i-PHC 공법은 PHC PILE의 사용으로 공기단축과 품질관리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고, 레미콘 수급의 불안정, 현장 인력 조달의 어려움 등 해소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전관리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는 것이 Hi-PHC 공법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건설 자재의 폭등으로 인해 철근과 레미콘을 인력 타설하는 비용과 PHC PILE의 생산 비용을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중공 파일인 PHC PILE은 프리스트레스의 도입으로 레미콘의 사용량은 1/2, 강재의 사용량은 1/3로 줄인 조건에서도 CIP 파일에 비해 동등 이상의 강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생산성 측면에서도 3분에 1본이 생산되는 PHC PILE은 CIP 파일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건설 자재가 폭등할수록 PHC PILE의 원가 경쟁력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Hi-PHC 공법의 활용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Hi-PHC 공법은 40여 곳 이상의 흙막이 현장에서 시공 실적을 쌓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원가절감이 절실한 중소 규모 현장까지 다양하게 적용해 건설현장에서 PC공법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결부돼 있다. 또한, 공법의 완성도를 높이고 원가 절감이라는 과제를 위해 여러 대학교, 연구기관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 대표는 “Hi-PHC 공법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중소기업 지원과제에 선정돼 흙막이를 이용한 지하합성벽에 대한 연구개발을 2년 동안 진행했다”며 “H-PILE과 본벽의 전단연결을 통해 본 벽체의 레미콘과 철근량을 3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다수 확보해 한국강구조학회에 논문을 투고하고 현장 실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규제와 설계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취약한 부분에 보강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부분에는 적정 설계를 해 부재를 줄이려는 노력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의 설계 기준을 정하고 나면 실증 사례를 데이터로 집약해 재점검하고 기준을 다시 확립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며 이를 위해 긴 호흡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숲디엔씨는 Hi-PHC 공법이 가시설 흙막이 공법으로 생명을 다하는 것이 아닌 구조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실증, 현장 적용 사례를 많이 만들어 흙막이 공법의 게임체인저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