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훈련 시뮬레이션으로 ‘비행착각’ 사고 예방한다

2022-03-14     전찬민 기자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항공기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안전시스템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서 항공기의 성능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안전관리 기법을 통한 교육과 관리로 물리적인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의 비행착각과 같은 인적요인에 의한 항공기 사고 발생 빈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에 활용되고 있는 시뮬레이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항공기가 대형화되는 상황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는 그 어떤 교통수단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 손실은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사고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매우 크게 일어난다.

비행 중 조종사에게 발생하는 비행착각, 즉 공간정위상실은 인체의 생리학적 특성으로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며, 대부분의 조종사는 이러한 공간정위상실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간정위상실은 동일한 상황과 주변 환경에서도 조종사의 건강상태나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발생정도와 대처능력의 차이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공간정위상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간정위상실을 유발시키는 요소를 식별하고,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항공기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비행착각 시뮬레이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시뮬레이터는 비행을 위한 절차훈련이나, 조종기술의 숙달, 전술훈련 등 임무나 조작과 관련된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인 반면, 비행착각 시뮬레이터는 이러한 정간정위상실을 유발시키는 상황에 대한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다.

이러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는 비행사고 상황을 조기 감지·예측·대응할 수 있는 가상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자 착수된 ‘고정밀 3D 공간정보 기반 유무인 이동체 가상훈련 지원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통해 보다 실감 있는 기술로 진화했다.

공간정위상실은 크게 시각적 요소로 일어나는 착각과 전정기관의 혼란으로 야기되는 전향성 착각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연구과제에서 개발되는 시뮬레이터는 두 종류의 공간정위상실 훈련이 모두 가능하도록 수평 210도의 넓은 스크린을 장착했고, 시뮬레이터에 통상적인 6축 모션시스템 외에 360도 무한 회전을 할 수 있는 턴테이블을 장착했다.

수평 210도의 넓은 스크린은 시각적 요소로 일어나는 착각을 모의하기 위한 것이며, 경사구름을 이용한 착각 유발, 주변 항공기를 이용한 착각 유발 시나리오 등을 본 과제 수행을 통해 개발했다. 현재 이러한 훈련 시나리오를 특허 출원해 특허 등록을 앞두고 있다.

또한 360도 무한 회전 턴테이블을 통해 전향성 착각을 모의하며, 이 턴테이블을 초당 100도 이상의 각속도로 회전시켜 탑승자의 전정기관에 혼란을 줄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움직임 경사 착각, 신체회전성 착각 등의 시나리오를 개발해 이 또한 특허 출원과 심사 중에 있다.

이러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는 ㈜아이엠티는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뿐만 아니라 잠수함 조종훈련 시뮬레이터를 포함한 국방용 훈련시뮬레이터를 전문적으로 개발, 제작, 납품해오며, 탄탄하게 기술력을 쌓아왔다. 또한 이외에도 FDR 등의 항공전자 장비를 포함한 국방용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위성지상시험장비 등의 시스템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과제에 참여하게 됐다.

아이엠티 우재훈 전문이사(사진)는 “조종사들에게 공간정위상실 훈련이 필요함은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현재 도입됐던 해외 장비의 특성상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내 보급은 그만큼 제한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아이엠티의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국내 기술로 보다 합리적인 비용의 공간정위상실 훈련장비를 개발해 경제성을 확보했다”며 “이에 더 많은 국내 조종사들이 평상시에 주기적으로 공간정위상실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시뮬레이터 기술이 미국, 유럽과 비교했을 때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다수의 Level-D급의 최상급 시뮬레이터 장비 개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고 있다. 이에 아이엠티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앞세워 동남아 등 항공 시장이 커지고 있는 국가에 비행훈련과 공간정위상실 훈련장비를 다수 납품하는 것이 목표로 지금도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