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0… 올해 블록체인 키워드는?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올 한해 블록체인 산업은 한 마디로 매우 다사다난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혼란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낮은 기대치 등으로 블록체인 산업은 새로운 서비스 창출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 페이스북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로 촉발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새로운 도입 등 기존 상황을 뒤흔들 사회적인 변화로 인해 블록체인 산업은 다시금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공학저널>은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인호 소장(사진)과 함께, 올 한해를 장식한 블록체인 키워드를 되짚어 보고, 향후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전망을 내다봤다.
INTERVIEW.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인호 소장(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 특금법과 가상자산 거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등 불법자금 유통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법입니다.
가상자산 사업과 사업자라는 개념을 법률적으로 새롭게 정의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켰지만,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설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사업에 대한 규칙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규제와 산업의 진흥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때문에 디지털 금융 업권법과 같은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1.0 버전)’는 글로벌 이슈로 작용했으며, 달러와 유로 등 주요 법정화폐를 일정한 비율로 교환할 수 있어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성과 편의성을 자랑했습니다.
앞으로는 법정화폐와 민간화폐, 완전 탈중앙화된 암호화폐가 서로 보완과 경쟁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내년이 바로 그 원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날로그 머니가 디지털 머니로 변화함에 따라, 금융 시스템(은행, 보험, 증권) 또한 탈중앙화 될 전망입니다.
■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올해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변화를 잉태하는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가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인 CBDC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DC는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는 만큼 가격 변동성이 적고 거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현금 이용 감소와 민간화폐 출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더욱 각광받으며, CBDC 선점을 위한 발행 준비에 각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블록체인 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블록체인 1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CBDC 발행 시기를 앞당기며, 현재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전 세계 CBDC 경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통화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며, 유럽, 캐나다, 일본 등과 함께 우리나라 역시 내년부터 디지털 법정화폐 선점을 위한 경쟁 체제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CBDC를 통해 기존 은행의 위상은 재정립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할 시기가 다가올 것입니다. 반면 월렛을 제공하는 빅테크나 핀테크 업체들은 새로운 서비스 런칭이 가능해져 폭발적인 성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을 뒷받침할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만약 여기에서 늦어진다면, CBDC를 선점한 국가에 완전 의존하게 되고, 독점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더는 기회가 없게 됩니다. 국내 자본이 글로벌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국가경쟁력을 넓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 블록체인특구 지정과 외국 금융사 유치
부산 블록체인특구 지정은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로 인해 산업의 성장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산업이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사업을 통해 데이터와 블록체인, 지역화폐, 디지털 바우처 등 기본 틀을 잡았다면, 2차 사업은 몇 가지 진통은 있었으나 부동산 등 오프라인 자원을 증권화해 블록체인으로 유동화 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증권, 부동산 등을 유동화 할 때 예탁결제원과 같은 중간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이를 통해 진행하다 보니, 중간거래자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실현시키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현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하려다 보니 타협점을 찾아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나아가 디지털 자산거래소 등 사업이 탈락돼 부동산 등 디지털거래가 큰 기회임에도 아직까지 벽에 막혀있는 부분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규제가 열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금융특구가 지정된 지 조금 시간이 지났음에도, 중국의 블록체인 금융 핀테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부산 특구에 진입한 것은 매우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규제 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스마트컨트랙트와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스마트컨트랙트는 블록체인에 특정 내용을 포함한 코드를 기록하는 계약 방식으로 코드에 적힌 조건이 만족되면 계약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점차 모든 계약은 중개자 없이 계약자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는 중개자 없이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분산원장을 활용해 위·변조 가능성을 최소화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돼 신뢰성과 편의성을 보장하지만, 위·변조를 최소화해주는 분산원장에 기록된 코드에 취약점이나 에러가 발생할 경우 한 번 블록체인에 올라가면 이를 다시 수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연구소에서는 사전에 정형명세와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함께 ‘스마트컨트랙트 정형명세 블록체인 핵심기술’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용자 편의성 개선을 위한 스마트컨트랙트 가시화 응용플랫폼 개발’ 과제를 통해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반자동적으로 계약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계약 내용을 인지하고 확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음성인식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편의성도 높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