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소재, 활용 범위를 넓히다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최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관련 인프라 조성, 투자유치 다변화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국내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이러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술의 고도화, 산업의 활성화는 정부와 관련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지원 품목에 재난·안전, 의료기기, 전기·수소차, 친환경·자원순환과 더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새롭게 선정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와 더불어 기술 개발 과제의 규모를 확대해 기술 자립화·고도화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특히 최근 산·학·연에서는 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술을 이종 산업에 적용하며 융·복합을 통해 활용 분야를 넓히는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는 다양한 산·학·연 협력 연구를 통해 디스플레이 자체 기술 연구에서부터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소재, 부품,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의 활용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 분야를 포괄해 개발을 수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적용한 에너지 분야 기술 개발에 성공해, 관련 연구·개발 고도화를 모색하고 있어 디스플레이 기술의 적용·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공학저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 한철종 센터장(사진)을 만나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의 현황과 다양한 활용,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INTERVIEW.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 한철종 센터장
센터에서 개발 중인 디스플레이용 소재 관련 기술에 대한 설명 바란다
디스플레이용 소재는 크게 발광소재, 구동소재, 기판소재, 모듈소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 발광소재로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을 개발하고 있으며, 구동소재로 산화물 반도체 소재인 IGZO 소재를 개발 중입니다. 또한 기판 소재인 무색투명 불화 폴리이미드 소재와 모듈소재인 투명 점착 필름(OCA) 개발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에서 퀀텀닷 소재에 주목하고 있는데, 기술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현재 주력 디스플레이인 LCD의 단점을 보완하는 소재도 퀀텀닷이고, OLED의 단점을 보완하는 소재도 퀀텀닷으로 꼽힙니다. 높은 색재현성과 용액공정성, 무기물 특유의 신뢰성과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퀀텀닷은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써 손꼽히고 있으며, 기술 고도화의 시기상의 문제는 지켜봐야겠지만 반드시 도래하게 될 소재로 보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의 이종 산업 적용이 확장되고 있는데 활용 분야가 궁금하다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는 일반 화학소재나 반도체용 소재와는 다릅니다. 일반 화학소재보다는 더 높은 순도와 광학적 특성을 필요로 하고 반도체용 소재는 감당할 수 없는 대면적·광학적 신뢰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등장하고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위해 형태가변 특성까지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첨단 차세대 건축 자재에 사용 가능성이 높고, 의류, 액세서리,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센터에서 디스플레이 소재 기반 ‘창호형 투명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태양전지는 기본적으로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설계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태양전지를 실생활에 접목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소비처와 동떨어진 곳에 태양전지 밭(Field)을 형성해 설치합니다. 하지만 투명 태양전지 기술이 개발되면 건물의 창호는 물론 자동차용 선루프, 휴대폰용 케이스 등 전력이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창호형 투명 전지는 기존 투명 태양전지와는 달리 창호의 가장자리까지 빛을 전달한 다음 가장자리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창호에 전선 자국 등 시선을 가리는 이물을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창호 모듈형태로 제작이 가능해 기존 창호를 떼어내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아직 효율이 낮고 대면적화 기술이 더욱 고도화돼야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적극 적용된 분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소재기술은 오랫동안 연구·개발이 꾸준히 지속돼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그동안 CRT, PDP, LCD, OLED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소재의 기술력이 고도화되기보다 단기 실적을 낸 후 사라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연구력과 지원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디스플레이 소재 강국으로써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아이템 위주의 지원이 아니라 핵심 전략 기술을 설정하고, 전략 기술에 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연구·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정책적·사회적으로 아쉬운 부분과 수반돼야 할 점은
과제 수행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중복연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직 제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기술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으로 기술이 개발됐다고 하면 관련 연구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고, 연구의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연구개발 과제가 성공한 것과 관련 제품이 사업화에 성공한 것과는 큰 갭이 있는데 아직 사업화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연구는 오랜 시간 고도화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3년 정도 과제를 수행하고 나면 관련 연구는 진행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연구과제로 주제를 변경해야 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연구·사업화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평가 또는 지원 과정을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산업계를 지원할 것인지 향후 연구원의 계획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가장 목말라 있는 부분은 소재·장비·패널 기업 간 간극을 줄이는 일입니다. 소재 기업은 자사의 소재를 패널 기업에서 공정에 맞는 장비로 테스트 받고 싶어 하고, 장비 기업은 자사의 장비를 패널 기업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사용해 공정성을 평가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패널 기업은 현업을 수행하기에도 벅차 라인을 따로 사용할 수 없고, 특히나 콘셉트가 다른 소재나 장비는 평가를 시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저희 연구소는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작게나마 핵심 소재·장비·패널 공정을 갖추고 해당 기업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기술 습득과 장비 확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담당 부처와 긴밀한 협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